합병 첫발 뗀 티빙·웨이브, 토종 OTT 1강으로 거듭날까

기사등록 2023/12/06 06:01:00 최종수정 2023/12/06 07:07:29

티빙-웨이브 합병 MOU 체결…토종 OTT 통합 논의 본격화

"투자 전략 등 변화 없으면 토종 OTT 1강 거듭날 수 없어"

[서울=뉴시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왼쪽)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스틸컷 (사진=각 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통합 대장정을 위한 첫발을 뗐다. 두 OTT 플랫폼 기업 최대 주주간 합병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업계, 학계에서도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토종 OTT 1강으로 거듭나려면 콘텐츠 투자 강화 등 앞으로의 역할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 4일 티빙, 웨이브를 합병하는 안의 MOU를 체결했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웨이브 관계자는 양사가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에 합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로 콘텐츠 제작·투자력 등을 강화해 글로벌 OTT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토종 OTT 통합 환영하는 소비자들…창작업계도 투자 환경 개선 기대
[서울=뉴시스] 넷플릭스가 '약한영웅 클래스2'를 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약한영웅 클래스1'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였으나 차기작이 넷플릭스에 편성됐다. (사진=넷플릭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토종 OTT 간 합병에 대해 시장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선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아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를 OTT로 보려면 웨이브를, tvN과 JTBC 드라마를 보려면 티빙을 이용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OTT로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계, 업계에서도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간 제작·투자비 경쟁에 밀려 우수 콘텐츠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에 유통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작비 부담에 토종 OTT 킬러 콘텐츠 판권이 글로벌 OTT로 넘어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웨이브에 공개된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1'은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하지만 후속 시즌을 위한 제작사와 웨이브 간 논의가 지연되면서 넷플릭스가 차기작을 맡게 됐다.

OTT 인기 드라마를 연출한 한 감독은 티빙, 웨이브 합병 논의에 대해 "한국 OTT가 명확하게 힘을 내야 하는 시점에서 시대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1이 3이 될 수 있게끔 덩치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해외 OTT와 대적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 창작자한테도 작품 투자를 받는 데 유리한 환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OTT 인기 예능을 연출했던 한 PD도 "두 OTT 플랫폼이 더 이상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 오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도 전혀 좋을 게 없다. 일단 플랫폼을 생존시킨다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합시 대대적 변화가 중요…넷플릭스 위협은 커녕 큰 변화 없을 수도"
[서울=뉴시스] 티빙(왼쪽), 웨이브 로고 (사진=각 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학계, 업계 일각에서는 통합 OTT가 넷플릭스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행보가 달렸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배급 전략이 있다. 현재 티빙 킬러 콘텐츠인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은 넷플릭스에도 제공되고 있다.

방송 채널, 타 OTT 등 대체재가 많으면 킬러 콘텐츠가 많아도 특정 OTT 가입 유도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넷플릭스처럼 독점 제공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는 "(독점이 어렵다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OTT에 선공개한 후 리니어 TV 등으로 가는 전략 등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도가 없으면 아무리 합쳐봤자 의미 없는 합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K-콘텐츠가 토종 OTT, 글로벌 OTT 동시에 배급된 건 투자·제작비 회수 때문이다. tvN, JTBC, KBS, MBC, SBS 등이 제작·투자한 방송사 콘텐츠를 합병된 OTT에서만 보게 하려면 (제작사 입장에서도)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며 "(배급 다양화 구조 등이) 합병되더라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학계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합병하더라도 사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잡지 못할 시 넷플릭스와 견주기는커녕 지금처럼 쿠팡플레이와 경쟁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티빙과 웨이브 앱 월간 이용자(MAU) 중 두 OTT 중복 이용자 수를 제외하면 쿠팡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지난달 티빙과 웨이브 월간 순 이용자 수(중복 제외)를 584만6093명으로 추정했다. 이 업체 집계 기준으로 하면 쿠팡플레이 MAU(577만7527명)보다 고작 6만8000여명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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