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자재값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그대로…왜?

기사등록 2023/12/10 09:00:00 최종수정 2023/12/10 09:03:29

철광석 12월초 1톤당 136달러 전년대비 24.13%↑

중국·일본산 철강 저가 공습에 가격 인상 어려워

재가동중인 포항제철소 후판공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철강 제품 가격은 아시아를 비롯해 글로벌 가격이 함께 묶여서 움직이는 만큼 한국만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 전 세계에서 제품이 안팔릴 수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도 많은 편이어서 가격 인상이 더 힘들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중국의 철광석(Fe 62%) 수입 가격은 이달 7일 기준으로 1톤당 136.05 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5일 109.6 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24.13% 오른 것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1톤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올 3월 13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급등세다.

제철용 원료탄(호주산)은 이달 7일 기준으로 335.25달러까지 치솟았다. 올 2월 390달러 대비 낮은 가격이지만 5월말 224 달러까지 하락한 뒤 연말을 맞아 호주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영향으로  300달러 선을 다시 넘겼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외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최근 수입량이 급증한 중국산 및 일본산 철강재 탓에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선박에 사용하는 '두께 6㎜ 이상 철판'인 후판 가격을 놓고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매년 2차례식 가격 협상을 벌이는데 올해에는 하반기 가격 협상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전기료 인상 등으로 생산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에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중국·일본산 제품과 가격 차가 크다며 제품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철강업계가 한 발 양보해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본다. 올 상반기 톤당 90만원 대에서 협상을 타결한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가격이 더 내려간 80만원대 수준에서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철근, H형강 등 대부분 철강 제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엔저 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 철강의 물량 공세가 내년에도 계속 심화될 수 있고,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량도 늘어나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올 연말에 이어 내년까지 실적 한파가 이어질 수 있다"며 "원가절감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하지만 철강 수요 부진이 내년에도 계속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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