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운행…총 9.8㎞ 순환 이동
평일 오후 11시30분~오전 5시30분
당분간 무료…내년 상반기 유료화
지난 4일 오후 11시30분 동대문역의 한 버스정류장에 A21번 버스가 들어섰다. 현행법상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운전사가 탑승했지만 핸들은 잡고 있지 않았다.
인원 파악을 위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야 했으나 '0원'이 찍혔다. 현재 A21번 버스는 무료로 운행중이며 이듬해 상반기에 유료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 사고를 대비해 입석은 허용되지 않고 모든 탑승객은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했다. 버스 내부에는 정류장, 운전 속도, 자율운행 여부를 나타내는 모니터가 있으나 송출에 문제가 있어 이날은 작동하지 않았다.
동대문역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한 고모(16)씨는 "자율주행 차량에 처음 타본다"면서 "일반 전기 버스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모(18)씨는 "청계천에 운행 중인 자율주행 버스에 탑승한 경험이 있다"며 "청계천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급정거하는 등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시간대가 야간이고 버스 전용차로이기 때문에 A21번 버스는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사는 후행 차량이 없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운행 도중 양손을 들어 승객들에게 자율주행 중임을 인증해보이기도 했다.
버스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지키며 대체로 무난히 운행됐지만 버스 정류소에 멈출 때 여러 번 끊어 급정거하는 등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소 버스 등 교통에 관심이 많다는 이씨는 "회생제동으로 인해 그런 것 같다"며 "운전사가 있을 경우 이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보니 부자연스러운 듯 하다"고 추측했다.
초록불인데도 버스가 급정거하자 승객들은 "운전사가 있긴 해야겠네"라고 수근대기도 했다.
서울시와 계약을 맺고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는 에스유엠의 박상욱 자율주행운영팀장은 "자율주행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오히려 고용은 창출될 것"이라며 "다만 연로한 운전사가 쉽게 피곤을 느끼는 야간 시간대 등의 환경에서 운전사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운행하는 심야 자율주행버스 '심야 A21'은 대학가와 대형 쇼핑몰 등이 밀집해 심야 이동 수요가 많은 합정역∼동대문역 구간 중앙버스전용차로 9.8㎞을 순환하게 된다.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한 크기의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 2대가 운행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만 운행하며, 오후 11시30분 운행을 시작해 다음날 오전 5시10분 종료된다.
합정역∼홍대입구역∼신촌역∼아현역∼서대문역∼세종로(교)∼종로1가∼종로5가∼동대문역(흥인지문) 구간 중앙정류소 40곳(편도 20곳)에서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승하차할 수 있다.
1대는 합정역, 1대는 동대문역에서 각각 출발해 70분 간격으로 순환 운행한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일반 시내버스처럼 동일하게 교통카드가 있으면 태그 후 탑승이 가능하다. 당분간은 무료로 운행할 예정이다.
무료이긴 하지만 반드시 교통카드 태그가 필요하다. 요금은 0원으로 자동 처리되며, 환승할인도 연계된다.
시는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존 심야버스 기본요금인 2500원보다는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 좌석에 안전벨트를 설치하고 입석은 금지한다. 당분간 특별안전요원 2명이 탑승해 승객의 승하차를 지원한다.
특히 인근 소방서 및 경찰서와도 심야 긴급연락체계(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우선 청량리역까지 운행 구간(총 13.2㎞)을 연장하고, 운행 결과를 토대로 시외곽~도심~시외곽을 연결하는 장거리 운행 자율주행버스를 정규 노선화해 24시간 운행하는 자율주행버스 정착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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