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수학과 음악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어요. 연구의 과정이 깊을수록 희열도 크다는 매력이 비슷해요."
대만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31)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커티스 음악원과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작곡·물리학·화학·수학 등 다방면으로 공부했고 파리 제6대학교에서 순수 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그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과 무대에 올라 오르간을 협연했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의뢰로 작곡을 하기도 했다. 오는 6일에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국내 클래식팬들을 만난다.
킷 암스트롱은 내한에 앞서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수학의 기본이 되는 체계와 논리가 음악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결과를 행해가는 치열한 과정이야말로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비단 음악 뿐만이 아니에요. 건축, 미술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예술분야가 수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죠."
암스트롱은 스무살이던 2012년 프랑스 북부 지역인 이르송의 한 교회를 매입하며 독특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가 구입한 테레사 교회는 정기적으로 콘서트와 학제적 프로젝트를 개최하는 문화 센터로 자리 잡으며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피아노 연주자들은 많은 연습시간 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음악 외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음악 외적인 경험들도 결국 제 음악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확신합니다."
암스트롱은 "대만계 미국인이라는 뿌리가 에너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동양인의 오리엔탈적인 감성과 오래 살고지낸 서양에서 체득된 문화적 정체성은 제가 음악을 하는데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음악가로서의 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바흐 코랄 전주곡, 생상스 앨범 모음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6번, 리스트 탓소의 죽음의 승리, 크리스마스 트리 모음곡 등 고난도 작품을 들려준다.
암스트롱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들을 선정했다"며 "한국에서 연주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생긴 만큼 제가 가장 사랑하고 자신있는 곡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국에 저를 아는 관객들이 있다면 제가 이 곡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거라고 생각해요."
2부에서는 한국의 김도현, 일본의 타케자와 유토와 아시아 평화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세 피아니스트는 라흐마니노프가 17세 때 세 자매를 위해 작곡한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들려준다. 누구 하나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곡이다.
암스트롱은 "세 국가의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라며 "함께하는 무대에 큰 의미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두 분 다 대단한 연주자라는 것은 알고 있고, 그들의 음악세계도 궁금합니다. 매우 설레네요."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함께 하는 연주자들이 서로 다독이듯이 주고받는 피아노 선율이 너무나도 아름답죠. 이 공연의 주제인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곡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세 명의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고 음악으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연주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암스트롱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6년만이다. 그는 "한국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생각보다 다시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과 다시 접하게 될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를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짧은 일정이지만 많은 문화를 배워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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