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네덜란드하면 튤립·풍차 떠오른다?"…車반도체 1위, 농축산물 수출 2위 국가

기사등록 2023/12/04 00:00:00 최종수정 2023/12/04 06:29:28

[에인트호번=뉴시스] 구예지 기자=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의 본사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암스테르담·로테르담·에인트호번·바헤닝언·헤이그=뉴시스]구예지 기자 = '만발한 튤립 꽃밭 한가운데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런 장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는 네덜란드를 절반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중국·미국·독일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을 만큼 무역 대국이다.

또 '슈퍼 을(乙)'로 불리는 세계적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ASML과,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등을 보유하며 첨단 산업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농축산물을 세계 시장이 많이 판매할 만큼 농업 역시 발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것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번 방문은 1961년 한-네덜란드 수교 이후 최초로 이뤄지는 한국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이어서 주목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슈퍼 을' ASML 보유한 네덜란드…NXP,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위

내연기관차 한 대에 200개 정도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면 자율주행차에는 약 2000개가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져있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NXP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06년 필립스 반도체에서 분사했는데 전세계에 5개의 프론트 엔드 제작 공장과 4개의 조립·테스트 공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과도 꾸준히 협력을 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NXP를 '2022 올해의 글로벌 공급사(Global Supplier of the Year)'로 지정해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TSMC 로버트 보쉬 인피니언과 손잡고 '유럽 반도체 제조 회사(ESMC)'를 설립해 독일에 1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2일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세계적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ASML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ASML은 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독점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도 깊은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윤 대통령과 국왕은 ASML 본사의 주요 시설을 시찰하고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혁신 분야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반도체 외교' 현장에 동행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무역 흑자 책임지는 농축산물…지역·기업·학교의 협업

[바헤닝언=뉴시스] 구예지 기자=바헤닝언 대학교 내 엔펙(NPec) 온실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네덜란드 무역 흑자의 79.3%는 농축산물에서 나온다. GDP의 10%, 전체 고용의 10% 역시 여기서 나온다.

잘하는 것을 선택·집중해 투자한 결과다. 네덜란드는 곡물·과수보다 토마토·파프리카·오이·딸기·화훼 등 고수익 작물에 집중한다. 이들 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연구하고 쌓인 데이터를 농가에 제공한다.

바헤닝언 지역은 이같은 네덜란드 농축산물 발전의 중심에 있다. 바헤닝언 지역은 하나의 클러스터로 대학교와 기업, 지역사회가 교류하며 농식품 산업 연구를 주도한다.

바헤닝언 대학교의 투명한 온실인 엔펙(NPec)에서는 작물 최적 생장 데이터를 수집해 농업 종사자에게 제공하고, 이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기업이 바헤닝언 대학교에 협업을 제안하면 공동 연구를 하기도 한다. 대학교 내에 기업별 별도 연구 센터도 있다. 한국의 CJ제일제당도 이곳에 연구센터를 가지고 있다.

한국농촌진흥청도 바헤닝언 대학교에 연구위원을 파견해 네덜란드의 발전된 농업 기술 상황을 배우고 있다.

◆지속가능 발전 위해 '수소 에너지 허브' 꿈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뉴시스] 구예지 기자=로테르담 항구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네덜란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수송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로테르담 항구는 이러한 비전의 중심에 있다. 유럽에서 필요한 수소의 13%를 로테르담 항구가 나른다.

2030년까지 460만톤의 수소를 유럽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지하에 파이프라인도 짓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네덜란드의 전 세계 수소 수입액과 수출액은 매년 껑충 뛰고 있다.

수소 수입액은 2021년 5184만4000달러에서 지난해 1억5124만4000달러로 늘어나 191.7%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4.3% 늘었다.

다만 아직 로테르담 항구와 한국의 접점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부산항만공사·포스코 등과 교류하고 있지만 수소 에너지 관련 지식을 나누는 수준이라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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