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태양의 서커스'가 이번엔 '루치아'를 들고 왔다. 2016년 초연했고, 한국에선 처음 선보인다. '루치아'는 스페인어로 '빛'과 '비'의 소리를 합쳐 만든 단어로,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빅탑 투어 최초로 곡예에 물을 결합한 작품이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고 공중에서 낙하산을 탄 한 남자가 노란색 꽃밭에 착륙한다. 이윽고 그가 거대한 금속 열쇠를 돌리자 나비 같은 큰 날개를 가진 여인이 나타난다. 여행자는 꿈 속의 나라에서 신비한 종족들을 하나둘 만나게 되며 모험을 펼쳐간다.
공연은 멕시코의 자연, 문화,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뜨거운 태양과 선인장을 비롯해 각종 동물과 곤충, 꽃과 나무 등으로 무대가 꾸며지며 꿈과 현실 사이 상상의 멕시코로 초대한다. 공간은 바다에서 사막으로, 정글로, 도시 골목길과 댄스 살롱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멕시코의 문화를 녹여낸 무대와 말이 필요 없는 곡예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벌새 의상을 입은 곡예사들은 홀로 또는 여럿이 쉴 새 없이 작은 후프를 빠르게 통과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로 달군다. 세 명의 남성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는 여성을 공중으로 높이 던지고 받아내며 아슬아슬함을 선사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곡예는 감탄을 부른다. 촛불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온몸을 비틀고 꼬아 뱀 같은 유연성을 보여주는 '콘토션'에선 객석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두 줄의 막대를 6미터까지 쌓아 올리고 쓰러질 듯 말듯한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핸드 밸런싱'은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했다. 머리 위쪽에만 줄을 매달아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헤어 서스펜션'엔 관객들도 놀라워했다.
공연의 백미는 '물'이다. 물과 함께 펼쳐지는 곡예는 관객들을 폭포 앞으로 데려온 듯 시원한 쾌감을 안겼다. 1막의 끝에 거대한 물줄기를 화폭으로 삼아 벌새와 사슴, 물고기, 꽃, 하트 등 자연과 문양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거대하게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춤추듯 회전하며 날아오르는 공중그네(트라페즈)는 자유로운 기분을 안긴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동그란 샘 같은 물 위에서 끈 하나에 의지한 남자의 단단하면서 우아한 곡예도 펼쳐진다. 샘은 마야인들이 후세의 관문으로 여기는 천연 우물을 상징한다. 물방울을 튀기며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멕시코의 신화적 동물인 실물 크기의 재규어 퍼펫(인형)과 섬세하게 교감하는 모습으로 신비로움을 더한다.
공연엔 1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무대 위 14미터에 매달린 다리가 물을 비축하고 174개의 노즐 세트를 이용해 웅장하게 떨어진다. 물은 공연 기간 내내 재활용되며 아티스트의 건강을 위해 물을 여과, 소독해 일정한 온도로 유지한다.
오는 12월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한다. 내년 1월엔 부산으로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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