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모순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 작위적인 반성"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3일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정유정에게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30년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유정 측은 양극성 장애 등 심신 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유정이 범행 과정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범행 준비를 하는 과정이 상당히 주도면밀하다"며 "이같은 피고인이 사물의 변별력을 분별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일반적인 사람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볼 정도의 행동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 대학 진학과 취업 등 계속된 실패에 따른 무력감, 자신의 삶을 외면하고 타인으로 살고자 하는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욕구가 내면에 쌓였고, 그동안 생각해 오던 살인, 시체 유기 범죄를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타인의 생명을 도구로 삼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을 뿐만 아니라 살해된 이후에도 시신이 훼손되고, 풀숲에 버려지는 등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억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며 "20대의 젊은 청년이었던 피해자는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원한을 사지도, 일면식도 없었던 피고인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돼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정유정의 반성은 너무나 작위적이고 전략적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정유정은 시신을 훼손·유기한 이유에 대해 유족들이 시신을 보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살해 이유가 환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진술하는 등 모순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 "정유정의 성장 환경이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없지만, 피고인에게 비정상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하고, 사회 규범 체계를 내재화하지 못한 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의 성장환경에 비춰보면 개인에게만 묻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며, 치밀한 범행 준비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점,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점은 살펴보면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할 사정은 충분하다"며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에 가장 무거운 형벌로서 무기징역 형을 가해 피고인으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께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A(20대)씨의 집에 들어간 뒤 가져온 에코백에서 흉기를 꺼내 A씨를 10분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A씨를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같은날 오후 6시 1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날 오전 1시 12분께 A씨의 시신 일부를 경남 양산시에 있는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유정은 또 살인 범행을 저지르기 전 온라인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20대)씨와 C(10대)군을 유인해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예비)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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