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촬영 인지" vs 피해자 "동의한 적 없어"
대법원, 2020년 명시적 동의 없는 촬영에 '유죄'
구하라·정바비 불법촬영 사건은 무죄 판결 확정
현재 황의조 측은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교제 중간에 여성과 카페에서 만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며 불법촬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연인 사이 인지한 것"이라며 "상호 인식 하에 촬영과 삭제를 반복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휴대폰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뒀다고 피해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했다는 건 의사에 반하는 촬영이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유포된 영상은 삭제 후 추가 촬영된 것으로, 이 역시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암묵적 동의라는 것은 최근의 불법촬영 판결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명확한 거부 의사가 없었다고 촬영에 동의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은 영상이 여러 개인데, 불법촬영은 행위 시마다 성립하는 범죄다. 10건 중 1건에 동의했다고 나머지에도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가해자 측에서 동의에 대한 정황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상대 여성이 촬영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영상을 통해 드러나서 '묵시적 동의'가 인정받은 사례는 있다"면서도 "피해자 측이 '영상이 객관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촬영을 몰랐다고 볼 만한 행동이 담긴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2020년 8월 대법원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의 몸과 얼굴을 촬영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2심은 '여자친구의 명시적 동의는 없었지만 뚜렷한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를 뒤집은 판결이다.
재판부는 "여자친구가 평소 촬영한 영상을 지우라고 수차례 요구했고,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 사진을 몰래 촬영한 점 등에서 가해자 역시 여자친구가 사진 촬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해 10월 가수 고(故) 구하라의 몸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당시 29)씨는 무죄로 판단했다. 1·2심과 마찬가지로 '묵시적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는 가해자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9월에도 연인과의 성관계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바비(본명 정대욱)에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일부 폭행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진술한 촬영물도 일부 있어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피해자가 일부 영상물 촬영에 동의했으면 나머지에도 동의했다고 간주한 셈인데,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사생활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황의조의 형수를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하고 황의조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는 불법촬영 및 유포와 관련해 별도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성폭력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고소 여부와 관련 없이 수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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