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김종중에 징역 4년6개월 구형
장충기 前 사장에게는 징역 3년 요청
檢 "시장근간 훼손…공짜승계 성공시켜"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검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만이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미전실 소속 전직 부사장과 임원 김모씨와 이모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삼성물산 소속으로 기소된 최모씨 등 3명에게는 모두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 로직스 소속 김모씨 등 2명에게도 징역 3년, 4년의 실형을 요청했다. 삼정회계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정의이자 자본시장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주주 반발로 합병이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국익을 위한다며 주주들을 기망했지만, 정작 국익을 해친 것은 다름 아닌 피고인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그런데도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해 성공시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검찰은 "이번 판결은 재벌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지배주주들은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합병을 추진하고 원칙주의 회계 기준도 결국 사문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이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하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 실체를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 구형은 검찰 기소 이후 3년2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사건은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재판은 피고인만 14명, 검찰 측 수사기록 19만 페이지, 증거목록만 책 네 권에 달할 정도로 증거가 방대하고 쟁점이 많은 상황이다. 장기간 심리가 진행되면서 재판만 100회에 넘게 진행됐다.
검찰이 이 회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상 거짓공시 및 분식회계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이른바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작성해 이 회장의 사전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그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병 시너지를 수치로 산출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조적한 회계법인 보고서를 만들고, 졸속으로 합병 계약을 체결한 뒤 불법적인 로비를 통해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합병을 반대하는 삼성물산 주주들로 인해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삼성모직 주가를 집중 매입해 시세를 조종하는 등 부정거래행위를 실행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산하며 이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한편 이 회장은 '국정농단'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은 후 지난해 7월29일 형기가 만료됐다. 그는 5년간의 취업제한 조치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던 중 같은 해 8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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