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종료 1시간 전부터 학부모·가족 운집
"입시 남아 못 쉴 듯" "넷플 볼래" 반응 다양
일부는 "망쳤다" "1년 더 할 듯" 토로하기도
16일 수능 시험장인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4교시 종료 약 1시간 전인 오후 4시께부터 학부모와 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학부모 박모(47)씨는 "면접 등 입시 일정은 남았지만 오늘은 딸에게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다"며 "마스크 해제와 킬러문항 제외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들 겪는 조건이니까 다들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박씨의 쌍둥이 아들인 초등학교 4학년 원준군과 원민군은 "시험이 끝났으니 누나와 같이 배드민턴을 치고 싶다"며 "농촌마을 체험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누나와 다 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지석(53)씨는 축구를 좋아해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과 진학을 노리는 딸을 위해 "이제 축구보러 상암 가즈아!" "손(흥민) 서방 딱 기다려" 등의 문구가 담긴 팻말을 손수 만들어왔다.
한씨는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K리그를 섭렵했고 축구를 좋아해 아빠가 오늘 싱가포르와의 국가대표 경기 표를 구했다"며 "같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가려고 하는데 친구랑 가겠다고 하면 빠져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사까지만 응시한 일부 학생들은 오후 4시15분께 일찌감치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서울예고 3학년 김시윤(18)군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실기와 면접 등의 입시가 남았다"며 "마음 편히 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대다수 수험생들은 오후 4시45분께부터 일제히 고사장을 나섰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학부모들과 가족들은 첫 수험생이 교문 밖으로 나오자 본인의 가족이 아닌데도 "고생했다"며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수험생들은 어머니 품에 안겨서 울거나 부모님을 보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자녀가 교문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촬영하며 기다리다가 딸이 와서 안기자 등을 토닥이는 학부모도 있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당장 하고 싶은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잠'이었다.
중앙고 3학년 강대환(18)군은 "무난한 수능이었다"며 "푹 자고 싶다. 잠을 못 잤다"고 전했다.
이모(18)양도 "12년 동안 준비한 것이 한순간에 끝나는 게 허망하고 아쉽다"면서도 "집에 가서 일단 밀린 잠을 자고 스마트폰을 마음껏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선린인고 3학년인 한 남학생도 "일단 하루종일 자고 싶다. 최근 수능 공부 때문에 하루에 3~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며 "오늘도 집에 가서 오후 9시에 저녁도 안 먹고 잘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기대하는 수험생도 많았다.
환일고 3학년 김민혁(18)군은 "그동안 못 만난 친구들과 만나 여행도 가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선린인고 3학년 박주형(18)군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며 "이제 친구들과 계획을 짜야 한다"고 전했다.
중학교 동창인 김은수(18)양과 최지우(18)양은 한목소리로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은 "많이 피곤하고 집에 가 누워있고 싶다"며 "성인이 되면 한번도 여행을 가보지 못한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양은 "집에 가서 넷플릭스로 '이두나'를 보고 싶다"며 "오늘 저녁으로는 그동안 매운 것을 자제하라고 해서 먹지 못한 마라샹궈를 친구들과 먹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고사장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한 고3 학생은 "예상보다 어렵게 나온 것도 있지만 제가 준비가 많이 안 됐다고 느껴서 아쉬움이 많다"며 "수능이 끝나고 놀고 싶었다. 다이어트도 하고 싶었고 그림도 배우고 싶었는데 1년 더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을 망쳤다"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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