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죽이고 오겠다" 수험생들 결연한 입실(종합)[2024수능]

기사등록 2023/11/16 09:31:17 최종수정 2023/11/16 10:01:53

오전 6시30분부터 수험생 속속 입장 시작

"조금 떨린다" "수능 끝나도 논술 준비해"

학부모들 배웅 "잘 다녀와" 도시락 챙겨줘

8시10분 입실 마감…이후 정문 열어주기도

[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경남교육청 89(진주)지구 제6시험장인 진주여자고등학교에 도착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2023.11.16. jkgyu@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임철휘 김래현 박예진 인턴 이주영 인턴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16일 해 뜨기 전 어스름한 가운데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아침 기온은 4~8도 안팎으로 추웠다.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8시40분 시작되고 응시생들은 8시10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장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는 6시29분께 첫 수험생으로 부일고 3학년 박소연(18)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후드티에 패딩을 단단히 입은 박양은 손에는 영어단어장을 들고 있었다.

첫 입실자로서 소감을 묻자 그는 "별생각 없이 왔는데 눈이 일찍 떠졌다"고 웃어 보였다. 수능이 끝나고 뭘 제일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는 "수시 논술을 봐야 해서"라고 답했다.

제7시험장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도 오전 6시40분께 첫 수험생이 정문을 들어섰다.

올해가 두 번째 수능인 이의민(20)씨는 "EBS 연계된 걸 보려고 좀 일찍 왔다. 차분하게 정리하려고"라며 "조금 떨린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각오를 묻자 "작년보다는 잘 봐야겠다. 목표는 인서울"이라고 답했다. 차로 바래다준 어머니는 아들의 등을 향해 "침착하게 잘 보고 와"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95지구 제6시험장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11.16. woo1223@newsis.com
오전 7시를 지나자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자녀를 데려다주는 학부모들도 늘어났다.

제1시험장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만난 한양공고 3학년 유지민(18)군과 동성고 이준혁(18)군은 "떨린다" "신기하다"고 심경을 말했다.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걸 묻자 유군은 "일단 친구를 만날 계획"이라고 했고, 이군은 "수능 할인 노리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유군은 인하대 스포츠학과가 목표라고 한다.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빠져 지문이나 선택지가 까다로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다.

성동고 정다운(18)군도 "킬러문항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고 평소 하던대로 할 것"이라며 "7시간 동안 잘 자고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양공고 정현우(18)군도 "쉬는 시간에 편하게 자려고 쿠션을 챙겨 왔다"며 "킬러문항은 말 그대로 죽이고 오겠다"고 말했다.

정문을 들어서기 전 가족이 꼭 안아주며 "잘 다녀와" "화이팅"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어머니는 도시락을 들고 차에서 헐레벌떡 내려 앞서간 자녀를 황급히 쫓아가기도 했다.

제7시험장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는 이진아(47)씨가 아들을 배웅한 뒤 학교를 나섰다. 수시로 이미 카이스트에 합격했지만 수능을 치러 왔다고 한다.

이씨는 "면접도 곧 볼 텐데 이번에 잘 합격해서 다행이다. 아들이 잘 해줬다"며 "마음이 가볍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남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일인 16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제89(진주)지구 제16시험장인 남해제일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2023.11.16.con@newsis.com
학교 정문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온 학생도 있었다. 오전 7시29분께 오토바이를 타고 경복고에 온 한 경기상고 학생은 수험표를 확인한 뒤 부리나케 가까이 세워진 경찰차로 뛰어가기도 했다.

오전 7시35분 자율방범대 차를 타고 개포고에 도착한 학생은 "자율방범대와 의용소방이 수험장에 태워준다고 해서 안 늦었지만 타고 왔다"고 말했다.

수험장이 여의도고등학교인데 여의도여고로 간 남학생도 있었다. 입실 마감이 20분 남은 시각이었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금방 갈 수 있다"며 길을 알려줬다.

용산고에는 오전 7시46분 퀵 오토바이 운전자 뒤에 타고 도착한 학생이 빠르게 수험장으로 들어갔다.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둔 8시5분에도 퀵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학생이 뛰어들어갔다.

8시10분 공식적인 수험생 입실 마무리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시험장에 들어간 학생들은 책상에 아날로그 시계를 올려 놓고 휴대폰을 제출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태장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3.11.16. jtk@newsis.com
다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8시10분 이후에도 입실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용산고에서는 8시21분에 뒤늦게 도착한 학생에게 학교 측이 문을 열어줬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 인생이 망가지니까 학교장 재량에 따라 본령이 울리기 전(8시40분)까지는 입장시킨다"고 전했다. 개포고도 8시40분까지 학생 입실이 가능했다.

그러나 여의도여고는 8시10분이 지나자 문을 잠그고 관계자들이 철수했다. 직전까지 수험생들을 들여보내주던 용산고도 시험 직전인 8시39분에 도착한 수험생에게는 교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노 마스크' 속에 열리는 수능 시험인 만큼 일부 학교에는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이 먼저 자리했다.

용산고 앞에는 배문고등학교 응원단 20여명이 학교 점퍼를 걸친 채 모여 있었다. 후배들은 '수능대박기원' '오늘의 너를 응원해, 수능 만점' '선배님들 수능 가즈아'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연신 "화이팅"을 외쳤다.

2024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수험생들은 오전 8시10분까지 수험표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지참하고 지정된 고사장에 입실을 완료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확진자도 다른 수험생과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다. 다만, 확진자는 시험장에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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