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法 "피해자 변제 이뤄질 것" 감형
성년후견인제 이용 피해자 아파트 매매
매매 대금으로 생활비·사업 투자 이용
지난 4월 구속 기소…1심 징역 2년 선고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12일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자신의 숙부이자 발달장애인인 60대 남성 B씨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남겨졌다.
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B씨의 성년후견인 지위를 신청한 뒤 다음해 B씨 명의의 서울 동대문구 소재 아파트를 대리인 자격으로 법원의 매매 허가를 받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년후견제는 질병·노령 등 이유로 사무 처리가 힘든 성인이 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나 일상생활을 지원받는 제도다.
당초 법원은 B씨 소유의 아파트 매매를 허가할 때 아파트 판매금을 B씨의 통장에 보관하고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A씨가 이 돈을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리면서 경찰은 A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아파트 매매대금을 10억원가량의 현금으로 바꾼 뒤 베트남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5억원을 골프장 사업에 투자하거나 타인에게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생활비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법원이 A씨에게 아파트 판매금 사용 내역 보고를 요구했으나, A씨가 이를 보고하지 않자 실사를 통해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검찰은 A씨를 지난 4월 중순께 구속 기소 했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과 B씨에게 횡령금 5억812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B씨의 성년후견인이 새롭게 지정된 점,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감형된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년후견제도의 안정적인 운영과 피후견인의 두터운 보호를 위해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범죄행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6개월이 넘는 구금 생활 동안 범행의 중대성과 책임의 엄중함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원심의 배상명령에 따라 7229만원을 추심해 피해도 일부 회복됐다"며 "또 피고인이 횡령한 금원 대부분을 배트남 사업에 투자 내지 대여했는데 올해 말까지 갚겠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는 등 회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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