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주 공장 법무부 단속 중 완력 사용 논란
이주민들 "흉기 든 범죄자 아닌데…인권침해"
전문가 "집중 단속만으로 불체자 해결 안 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악덕 사장들은 이런 영상을 보면 '임금을 안 주겠다' '신고하겠다' 협박하기가 더 쉬워져요.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해도 괜찮다' 말하는 거니까요."
10년째 경기도의 한 유리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 아담(가명)씨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법무부 미등록 체류 이주민 단속 영상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다.
아담은 "지금까지 못 받은 돈(임금)도 많은데 사장은 이런 걸 보면 더 당당하게 안 주려고 한다"며 "한국말도 많이 배우고 음식도 입에 잘 맞고 한국 문화에도 잘 적응했는데, 왜 우리에게만 이렇게 말로 하지 않고 강제로 목 졸라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3일 뉴시스 취재 결과,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남성 단속 직원이 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목을 조르는 듯한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9시30분께 경북 경주시의 한 공장에서 찍혔다는 이 영상에는 법무부 남성 직원이 여성 이주노동자를 붙잡는 과정에서 이른바 '헤드록'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직원의 팔에 목이 감긴 여성은 그대로 끌려갔고, 이내 다른 법무부 직원에게 인계됐다.
여성의 신병을 넘겨받은 다른 남성 직원은 이주노동자가 몸을 뒤로 빼자 "왜. 왜. 이 앞까지만 가면 돼"라고 반말하며 차량으로 끌고 가는 듯한 장면도 담겼다.
영상을 접한 국내 이주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은 이번 단속을 '과잉 단속'으로 규정하며,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한 천막공장에 일한다는 방글라데시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 하킴(가명)씨는 "2017년에는 친구 2명이 단속에 쫓기다 2층에서 떨어져서 다쳤다. 최근에는 단속이 더 많아져서 밥 먹다 숨고, 밤에 자다가도 놀라 숨는다"며 "공장과 직원이 서로 필요해서 일하는 것인데 왜 이렇게 강압적으로 잡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흉기를 든 범죄자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 앞에서, 그것도 낮에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은 낙인찍는 것과 다름없다.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또 "남성이 여성의 목을 조르는 것은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통역을 해줘야 한다는 기준이 있지만 법무부는 자기가 만든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훈령인 '출입국사범 단속 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은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가혹행위와 차별적 언행을 금지한다. 여성 외국인 단속 시에는 원칙적으로 여직원이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법무부는 이 같은 준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단속 공무원이 여성 외국인 노동자의 팔을 잡고 걸어 나오는 과정에서 팔을 빼며 도주하려고 격렬히 저항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붙잡으려고 불가피하게 수 초간 목 부위를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성 노동자 단속에 남성 직원이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속에) 6명의 여성 직원을 참여하도록 했으나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이 수십 명에 달한 데다 단속 당시 도주하거나 격렬하게 저항해 불가피하게 남자 직원이 일부 여성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일변도로 나가기에 앞서 최근 법무부의 집중 단속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가 줄지 않는 구조적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미등록 체류자 단속은 여러 이민 정책 중에 하나일 뿐인데, 너무나 단속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라며 "그렇게 단속을 늘린다고 해서 미등록 체류자가 줄어들지도 않거니와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강력한 단속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왜 줄어들지 않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법무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태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5만2000명대였으나, 올해 9월 기준 15만7000명으로 8년간 3배 증가했다고 법무부는 지난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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