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로 남성 뽑을 것 같나요?"…도의회 '성차별' 면접

기사등록 2023/11/13 12:00:00 최종수정 2023/11/13 13:15:29

인권위 "면접관 성차별 재발방지 교육 권고"

면접위원, 남성 응시자에게 "비서 직무인데…"

"성별 따라 직무 구분된다는 고정관념 전파"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창업허브엠플러스에서 열린 '2023년 제2회 강서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면접에 앞서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2023.11.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비서직 면접시험 중 남성 지원자에게 '비서로 남성을 뽑을 것 같나요'라고 묻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31일 한 도의회 사무처장에게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위원이 직무와 관련 없는 성차별적 질문을 하지 않도록 사례 교육을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도의회 공무직 사무보조원(비서실)에 지원한 남성 A씨는 한 면접위원으로부터 "이 직무는 비서이기 때문에 뽑는다면 여성을 뽑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뽑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A씨는 망설이다 "여성을 뽑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남성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 데도 이런 질문을 한 것은 남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도의회 측은 해당 질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이 업무에 임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자 질문했을 뿐 성차별 의도는 없었고 응시자별 득점 결과를 볼 때도 해당 질문이 진정인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를 성차별적 질문으로 판단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질문을 두고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서 직종의 고용 현황을 감안할 때 남성 응시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채용 결과를 전제·예견하는 질문"이라며 "성별을 이유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성별에 따라 직무가 구분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전파해 남성 응시자를 합격시키는 데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질문을 받은 응시자는 면접 압박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채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면접 시험 중 성별을 토대로 채용 결과를 예측해보라는 면접관의 질의는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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