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지갤러리서 초대 기획전
5m 신작 등 15점 전시…12월30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올 들어 세계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이고 있는 독일 화가 안드레 부처(50)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미 프리즈 키아프 등 아트페어에서 인기몰이를 해온 작품이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공들여 안드레 부처의 서울 첫 개인전을 마련했다. 2020년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이후 아시아에서는 3년 만에 여는 전시다.
10일 개막한 전시는 5m 대형 회화부터 드로잉 까지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알록 달록 색감과 만화 캐릭터 같은 인물로 귀여움으로 끌어당기지만 속내는 깊다. 독일의 어두운 과거사가 숨어 있다.
울퉁불퉁 해골을 닮은 '방랑자(Wanderer)'는 독일 나치스의 'SS친위대' 로고를 변형해 만든 얼굴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표상이자,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서 착안했다.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를 융합한 작품은 삶과 죽음, 산업화와 대량 소비 등 20세기의 오류를 초월하는 회화적 언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드레 부처는 독일의 전통적 표현주의의 미래적 후예라며 ‘SF 표현주의’라고 설명한다. 구식이 되어버린 독일 표현주의를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고 싶어 SF와 조합했다. 그는 "표현주의는 삶의 원천이자 열쇠다. 단순한 미술 사조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표현이며, 요즘과 같은 AI 시대에는 더욱 표현이 중요한다”고 여긴다.
나사하임(NASAHEIM)이라는 가상의 유토피아적 영역을 창조해내어 색과 빛, 삶과 죽음, 진리와 같은 초월적 영역에 닿는 시도를 확장한다
그는 "뭉크, 세잔, 마티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월트 디즈니 등에 영향을 받았다"며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작품들은 앙리 마티스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티스의 작품처럼 다양한 빛과 색으로 가득 찬 작품들은 색, 빛, 비율, 회화적 표현을 탐구한 결과다.
아이가 낙서한 듯한 그림에 'Wahrheit ist Unverborgenheit'를 적어놓은 안드레 부처는 "진정한 세계는 감춰져 있을 때 들여다보게 된다"며 자신의 회화 속 숨겨진 진실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단순한 컬러와 붓 터치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표현력이 볼수록 마법을 부린다. '그림이 삶을 일으킨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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