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
금융당국, DSR 예외 축소 추진…"구체적 내용 확정 안돼"
전세대출은 대출 자체가 비교적 손쉽고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아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 예외 대상을 줄이는 차원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도 고민 중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결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차적으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DSR 적용예외 항목을 면밀히 점검함으로써 상환능력 내에서의 대출 관행 정착이 취지인 DSR 규제를 더욱 내실화한다는 것이다.
DSR 규제 예외 대상은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등 16개 항목에 달한다. 이 때문에 DSR 적용 예외가 너무 많아 가계부채의 적절한 관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87억원에 육박하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사상최대 가계부채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되는 분위기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이같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또 전세대출은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과 공적보증 공급 등으로 대출 자체가 쉽다는 특성을 갖는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 상향 이동의 사다리 역할이라는 공익적 측면이 강조된 결과다.
그러나 규제 수준이 낮은 전세대출이 오히려 전세가를 부추기고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전세대출이 손쉽게 이뤄지다보니 집주인의 주택매입자금이나 갭투자 자본으로 활용돼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유형의 대출에 비해 전세대출은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아 가계대출의 변동성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최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올해 2분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빠르게 확대되는 것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전세대출의 DSR 예외를 지적했다.
KDI는 "상환능력에 부합하는 부채 보유를 위한 차주별 규제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전세자금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규제의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도 지난달 '다시 증가하는 가계부채,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시에 DSR에 대한 다수의 예외 적용은 대출의 우회경로 및 풍선효과 유발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DSR 산정 대출상품의 예외적용 범위 최소화를 주장했다.
특히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임차인(세입자) DSR 산정에는 상환이자만 반영하고 실질적 차주인 집주인 DSR 산정에는 적정한 만기 설정을 통해 대출원금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상환이자에 대해서만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 원금의 경우 차주인 세입자의 DSR 산정에 포함시키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으며 실질적 차주인 집주인의 DSR로 반영하면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를 집주인들이 꺼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 자체가 서민·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에 어긋날 수 있으며 여론의 반발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분위기다.
앞서 지난 2021년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제를 도입하고 차주단위 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섰을 때도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이 검토됐지만 서민·실수요자 보호와 맞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제외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DSR 적용범위 확대는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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