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 험지 출마' 압박에 계파 갈등 재점화

기사등록 2023/11/12 07:00:00 최종수정 2023/11/12 10:15:30

비명계 "이재명 먼저 험지 출마 선언해야"

친명계 "배제할 순 없지만 바람직하지 않아"

당내 험지 출마 요구도…"이재명부터 결단"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0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비명(이재명)계가 공개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서자 친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계파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험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명계는 비명계의 요구는 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는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이 비명계로 꾸려진데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총선 공천권을 쥔 이 대표에게 공정한 공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방송인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를 향해 "먼저 험지 출마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당 대표 전당대회까지 출마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는 "모든 권력을 다 거머쥐고 있어 사당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 대표가 먼저 험지출마를 결정해야 하고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가장 좋은 곳에서 또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면 비명계 3선 의원들 어디 다른 데로 가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예전에 총재 시절 비례대표를 받더라도 이길까 말까한 15번을 받아 지지율을 조금만 덜 받아도 떨어질 만한 곳을 받았는데 이 대표는 그런 결단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항상 도망가고 최고의 좋은 곳, 말하자면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가는 사람이면 당의 통합을 얘기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친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친명계가 험지 출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를 포함한 친명계 의원들도 험지 출마를 결단해야 한다"며 "친명계의 험지 출마 없이 비명계만 솎아 낸다면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비명계의 이 대표 흔들기란 판단에서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9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험지출마는 낯선 데 가서 죽으라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실질적으로 험지출마라는 결과는 못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개 험지출마라는 것은 사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소리"라며 "그것보다도 용퇴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직한 말이지, 낯선 데 가서 죽으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종로·분당 등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당대표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어떠한 선택도 한다고 하셨으니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험치 출마 요구에 묵묵부답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인천시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계양구 현안에 대한 조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어 내년 총선에도 계양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본격적인 총선 모드를 앞두고 민주당이 여당에 비해 인적 쇄신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와 영남 중진 등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하는 등 인적 쇄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결국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혁신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 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나"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계양에 출마하는데 중진 의원들이 험지 출마를 고려하겠느냐"며 "결국 이 대표부터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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