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욱의 수軍수軍]8조 '한국형 차기구축함' 수주전…국내 업체, 장군 영입 '사활'

기사등록 2023/11/11 10:00:00 최종수정 2023/11/14 10:16:21

한화오션, 8월 해군 예비역 정승균 중장 영입

HD현대, 육군 예비역 김종배 중장 영입 '맞불'

[서울=뉴시스] 한화오션이 건조할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모형량. (사진=한화오션)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예비역 장군 영입 경쟁이 뜨겁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위해서다. 한화오션이 지난 8월 해군 중장을 영입하자 HD현대중공업은 10월 육군 중장을 데려오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두 회사는 두 장군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수주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재 영입전에서 선수를 친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중순경 3성 장군 출신 정승균 전 해군교육사령관을 부사장에 선임했다. 정 부사장은 해군사관학교 44기로 1991년 임관했다.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 잠수함사령관,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등을 맡으며 해군 중장까지 올랐다.

해군 중장 출신이 방산업체에 영입된 것은 이례적이다. 정 부사장은 회사 내 신설부서인 '해외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특수선 시장에서 해외 수주를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부여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방산 해외 사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역량 있는 인물을 영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달 중순경 HD현대중공업은 육군 중장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HD현대중공업이 육군 중장을 영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6기로 입교했다. 현 국방부 장관인 신원식 장관(육사 37기)보다 한 기수 선배다. 합참 합동작전과장과 작전1처장, 육군 교육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육군 중장 출신인 김 부사장을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에 선임한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우리 군의 훈련 시스템 확립과 고도화를 이끌고, 요직을 두루 거친 군사전문가"라며 "당사의 방위 사업 전반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에서 군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두 장군 영입 사례는 군에서 두번째로 높은 계급인 쓰리스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전 경우와 차이점을 보인다.

이들 두 업체가 각기 다른 군에서 중장 출신을 영입한 것을 두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내년에 KDDX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개념 설계를 딴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대중공업의 2파전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HD현대중공업이 보안 유출로 감점 1.8점을 적용받고 있어 한화오션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직원들이 한화오션의 설계도면을 은닉·유출한 것에 대해 2020년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며 1.8점 감점 패널티를 받고 있다. 해당 패널티는 오는 2025년 11월까지 적용된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수주전 승리를 위해 페널티 만회 작전에 돌입했다. 한화오션이 지난 7월 한국형 차기 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을 수주하자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방사청이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을 결정하자, 이번에는 서울중앙지법에 방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물론 이 역시도 기각됐고 HD현대중공업은 항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방사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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