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가자지구 통치 누가하나…"이스라엘 재점령은 또다른 재앙"

기사등록 2023/11/08 10:57:47 최종수정 2023/11/08 12:25:29

하마스 완전 제거 공언한 네타냐후, 불쑥 재점령 시사

미 '팔 자치정부가 통치' 추진…부패·무기력으로 불가능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포함하는 포괄적 해결책만이 해법"

[가자지구=AP/뉴시스]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2023.11.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가자 전쟁 한 달이 지나도록 전후 처리 방안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전망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포함하는 포괄적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성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끔찍한 가자 전쟁이 끝난 뒤 가자를 누가 통치할 것인가. 아무도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가자 전체의 보안을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서방이 거듭 경고해온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재점령 반대

불과 일주일 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정반대로 말했다. 이번 전쟁의 핵심 목표가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 정부는 허약한 팔레스타인 자치당국이 전후 가자를 통치할 수 있을 것으로 시사해왔다.

가자 지구의 인도적 재난과 깊어가는 분노에 더해 전후 처리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된 채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한 달 동안 1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희생됐다.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대포, 군대로 가자 시티를 포위한 상태이며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가전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가자 전쟁에서 희생된 이스라엘군은 34명이다. 과거 전쟁보다 훨씬 많은 수다.

가자지구에는 독성이 강한 무기와 파편 쓰레기로 덮이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고 수십만 명이 병원 마당과 유엔 운영 학교에 피신해 있다. 가자 시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된 상태다.

◆철저히 파괴된 가자 지구 전후 복구 큰 과제

전쟁이 끝난 뒤 재건은 사상 최고의 건설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은 여전히 전후 가자 지구 통치를 누가 담당할 지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서안지구 수도 라말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 마무드 압바스에 전후 가자 지구 통치문제를 제기했다.

압바스 수반은 자치정부가 “포괄적 해법”이 마련돼야 가자지구로 복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의 권리와 국가 건설이 선행돼야한다는 뜻이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가자 지구를 전후 즉시 통치하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너무 늙고 부패했으며 인기가 없는 자치정부는 라말라에서조차 간신히 버티는 형편이다.

◆“팔 자치정부 가자 통치 아이디어는 코미디”

미 국제위기그룹(ICG)의 타하니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전문가는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한다는 생각은 “코미디”라고 했다. “압바스는 가자지구는커녕 서안지구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서안 지구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의 분열을 획책해왔다.

그렇다면 압바스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못하면 가자지구를 누가 담당할 수 있을까?

레바논에 체류중인 하마스 지도자 라파트 무라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정부 형태를 결정하려는 것에 대해 다시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에 처한 것은 하마스가 아닌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청난 희생을 치른 가자 지구의 우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점령자를 대신하는 새로운 통치자와 새로운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점령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외국도 팔레스타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서안 지구의 파타당과 가자 지구의 하마스는 온갖 구실을 대가며 몇 년 동안이나 선거를 미뤄왔다. 양측 모두 패배할 것을 두려워하는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지상공격을 당하는 가자 지구 주민들은 미래가 있는 삶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전쟁 파괴와 재건을 여러 번 겪은 주민들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마스는 미쳤고 파타는 썪었다”

현지 지원단체 소속으로 자발랴 난민 캠프에서 일하는 아이만 슈라피(43)는 “하마스는 미쳤고 파타는 썪었다. 하마스는 제 잇속만 차리고 파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가자 지구의 우리들은 의사결정권이 없다”면서 전후 가자 주민들이 “크게 착취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가자 시티 북쪽 베이트 라히아에서 아랍어 교사로 일하는 가디르 라피크(32)는 “전쟁이 끝나고 파타든 누구든 돌아오거나, 하마스가 남을 수 있지만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하마스 통치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파타가 가자지구에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파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계를 공부하고도 가자 지구 대부분의 주민들처럼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남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 거주자 아메드 알-바시(26)는 “팔레스타인 자치당국이 가자 지구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패한 자치 당국이 이스라엘 탱크에 올라타 가자로 복귀하는 것을 받아들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없다”고 했다.

하마스의 기반이 폭격을 당해 무너지고 지도자들이 살해된다고 해도 “하마스가 살아남아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의 이념이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가자 통치자 정하는 건 주민들 몫…외국이 결정할 일 아냐”

그는 “누가 가자 지구를 통치할 것인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결정할 일이지 외국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안지구의 유력 지도자 하나 아슈라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론적으로는 가자지구에 복귀할 수 있으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포함하는 평화협약이 체결돼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팔레스타인 단체도 “가자 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으며” 통치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에 참여했던 미 카네기평화재단의 자하 하산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자치 당국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것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가한 엄청난 파괴 뒷감당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자치 당국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 당국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국가를 수립하는데 성공해 진정한 대표권을 갖게돼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도 이스라엘을 크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해 정치력을 소진할 의사가 없다. 미 정부가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인도주의 전투 일시 중단조차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측 중동평화협상 참여자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X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경우 ”전후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에 조언해온 미 정부의 체면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썼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1년 이라크 철수와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미국은 신뢰를 잃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에 남으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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