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부담 완화 의료분쟁 제도개선 본격화
"형사처벌 특례 제도로 의료소송 부담 덜어야"
"특례 제도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더 어려워져"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일 '의료 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해 의료 분쟁 제도개선 방향과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소아청소년과(소아과)·내과·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원인 중 하나인 고위험 진료에 따른 의료소송 부담을 덜어낸다는 취지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복지부는 의사 인력의 필수의료 유입을 위한 3종 패키지 중 하나로 보상 강화, 근무 여건 개선과 함께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소극적 진료를 줄이려면 형사처벌 특례 제도를 마련해 의료소송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의료 행위의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과도한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은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 진료를 택하고, 필수 의료를 회피하도록 내몬다는 이유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소아암 환자의 경우 채혈이나 혈관주사 등 각종 시술이 어렵고 응급·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의료 소송이라도 걸리면 견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 특례 등의 제도를 마련해 신속한 의료 분쟁 피해 해결을 촉진하고,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보완하고, 진료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과 관련한 의료 분쟁 사건 처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해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사업에 소아과 진료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복지부는 환자 수술이나 시술 중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보상금을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분만 중 사망사고 등 일부에만 적용해 오던 것을 소아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형사처벌에 대한 면책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 회장)도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만 국가가 보상한다고 하는데, 형사처벌에 대한 면책이 없으면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소극적인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현재 국내에서 의료 사고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는데, 특례 제도까지 마련되면 환자가 의료사고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의료법 개정을 통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의료 사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시행되긴 했지만,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는 게 환자단체의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의학적 지식과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 과실과 의료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의료 소송을 해도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게 소요된다”면서 “의료인이 의료 과실이 없거나 의료 사고와 인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형사소송의 결과는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의료사고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어 형사소송을 해도 의사는 대부분 무죄나 벌금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족이 의료 사고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환자는 "의료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면서 "형사처벌에 대한 기준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고, 특정 직업에 따라 형법이 달리 적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필수의료 의료사고 부담 완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사고 분쟁 조정 및 중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의료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 환자는 피해 입증에 있어 약자일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사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구제하고 의사들은 의사대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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