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으로 가겠다"…군면제된 초정통파 유대인들 자원 입대

기사등록 2023/11/03 12:00:45 최종수정 2023/11/03 13:31:30

'하레디' 남성 약 2000명, 이스라엘방위군 자원

운전병 취사병 등 복무 예정…"긍정적 발전"

전면 군면제 관련 갈등…"이번 일이 전환점될 것"

[서울=AP/뉴시스] 군 경험이 없는 초정통파 이스라엘 유대인 '하레디' 남성 약 2000명이 이스라엘방위군(IDF)에 자원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16일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브네이브락에서 '투 비슈바트' 또는 '나무의 새해'라고 불리는 유대교 축제를 기념하고 있는 모습. 2023.11.03.
[서울=뉴시스] 김하은 인턴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병역을 면제받아 온 초정통파 이스라엘 유대인 ‘하레디’ 남성들이 입대를 자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군 경험이 없는 하레디 남성 약 2000명이 지난달 이스라엘방위군(IDF)에 자원했다.

◆ 하레디 입대 자원자 대부분 20~30대…"상징적 복무"
하레디는 전통적인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신자들로 구성된, 현대적 가치관과 관습을 배격하는 폐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집단이다.

1948년 이스라엘 정부가 수립된 이후, 젊은 하레디 남성들은 유대교 율법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비(非)하레디 이스라엘인들과 달리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하레디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한 열렬한 기도가 군 복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레디 입대 자원자들은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에서 징집되는 나이를 넘겼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이 전례 없는 범위에서 진행되자 IDF는 이 자원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대 중후반 또는 30대로 율법(Torah) 공부를 마친 상태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입대를 선언한 한 하레디 남성은 종교뉴스서비스(RNS)와의 인터뷰에서 “전시에는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해야 한다. 율법을 전일로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운전병, 취사병 등으로 복무할 예정이다. 길라드 말라흐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IDI) 초정통주의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에 대해 “이들의 복무는 상징적이지만 이 끔찍한 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또 자원자들에게는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 전면 군면제를 둘러싼 논쟁 지속…종교-세속 사회 사이 힘의 균형 바뀔까
많은 비(非)하레디 이스라엘 국민은 하레디 남성들에 대한 군 면제 혜택에 크게 분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은 최소 32개월의 군 복무를 수행해야 하는 반면, 거의 모든 젊은 하레디 남성들은 복무를 기피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고등법원이 2017년에 면제를 무효화했고 의회에 더 공평한 새로운 군사 초안을 만들라고 명령했지만, 의회는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하레디 의원들은 정통파 유대교도를 위한 학교인 예시바에서 전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영구적인 군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인 히두시가 지난 9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78%가 예시바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징집하거나 연간 할당량에 따라 가장 유망한 학생은 면제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징집하는 방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레디 남성들의 갑작스러운 입대 자원 열기는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말라흐는 “군사적 부담을 잠시나마 나누려는 하레디 남성들의 의지는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레디 남성들의 자발적 입대가 면제를 둘러싼 논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정치에서 종교와 세속 사회 사이의 힘의 균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IDF 군인들의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하레디 정치인들이 예시바 학생들에 대한 전면적인 군 면제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he1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