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륵'된 택시 사업

기사등록 2023/11/02 15:00:54 최종수정 2023/11/02 16:13:30

尹 "카카오 택시 횡포 부도덕" 지적에 카카오 발칵

위기 때만 되면 '독과점 논란'…끊이지 않는 갈등

내부 반발에 매각 철회했는데 금감원 회계조작 감리에 IPO도 막혀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4일 서울 용산역 택시 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의 일반 중형택시 호출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기사를 우선 배차하거나 유리하게 배차하는 방법으로 우대했다고 밝혔다. 2023.02.14. k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한 때 카카오의 '차세대 먹거리'였던 택시 사업이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사업 초기부터 택시업계와 수수료 갈등이 끊이지 않는가하면, 택시호출 앱 시장 평정으로 인한 독과점 논란에 매번 '동네북' 신세다. 2년 전 카카오 위기를 부른 것도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먹튀 사건에 이은 택시호출 서비스 가격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가 결정적이다. 카카오에 '국민 밉상' 이미지가 덧칠 되는데 택시 사업이 적잖이 일조했다는 평이다. 이번에 또 사달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사업을 공개 저격하면서다.

◆尹 "카카오 택시 매우 부도덕" 직격탄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제재를 예고했다.

행사에 참석한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라고 말한 데 따른 답변이지만, 윤 대통령은 “독과점 행위 중에서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회사는 전날 밤 입장문을 내고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수렴된 기사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택시기사들과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수료 문제는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온 대목이다. 카카오택시 앱 카카오T는 앱 호출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 공정위도 카카오 '택시 사업' 겨냥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동시다발적으로 사정당국의 표적이 된 상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카카오 호출앱의 수수료 처리 구조에 매출 부풀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7월부터 회계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통해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와 일반 택시를 대상으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간다. 그리고 다시 16∼17%를 가맹 사업자에게 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및 광고·마케팅 등 업무 제휴 대가 등으로 지급한다. 이같은 구조가 매출 부풀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 감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혐의가 입증되면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과징금 등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은 별도의 계약“이라며 ”‘가맹 수수료를 받았다가 되돌려 준다‘는 일각의 주장은 별도로 운영되는 두 개의 계약을 연결해 인식한데 따른 오해다.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배차 로직이 승객의 귀가를 도와 소비자 편익을 증진한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 카카오 성장통(痛) 모빌리티…매각론 다시 고개들까

모회사인 카카오도 고심이 깊다. 카카오는 현재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SM 인수과정에서 시세소종을 한 혐의로 주요 경영진,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2곳 등이 검찰에 송치됐다. 카카오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관련 혐의로 금감원 특사경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에 김 센터장은 지난달 말 주요 공동체 CEO들과 매주 경영회의를 통해 경영 체계 자체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공동체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만들어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투자도 외부의 감시를 받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카카오모빌리티 이슈에 또다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택시 호출 사업은 카카오의 차세대 먹거리인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사업이지만,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위기를 부채질해온 '애증 사업'이기도 하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와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때도 어김없이 거론돼왔던 게 택시호출 앱 독과점 이슈였다. 택시업계와의 갈등도 '영원한 숙제'가 된 듯 하다. 특히 택시 사업 성장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은 상황에서 카카오 의지대로 수수료 등 경영 현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도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에 나섰던 결정적 이유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중 일부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57.55%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을 비롯해 카카오 노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이 매각 추진에 극렬하게 반대했고, 결국 지난해 8월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안을 받아들여 매각을 철회했다.

그리고 올해 카카오는 SM 인수 당시 시세조정건 등 여러 사안과 맞물려 택시호출 사업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IPO(기업공개) 역시 이번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인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금감원이 감리 결과를 확정한 이후에나 상장 예비심사가 가능해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도 일단 유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매각 보류 조건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도 각종 논란이 지속되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껏 키운 사업을 떼어 내자니 손실이 적지 않지만, 감당하고 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업계의 어려움에 더욱 귀 기울이고, 상생을 위한 소통과 노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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