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스트레스가 어떤 행위 때문이지 단정 못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청구인)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초등학교 2학년 A군은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 담임교사였던 청구인이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A군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청구인은 A군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고,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어머니 B씨는 한 달간 수 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결국 청구인은 병가를 내면서 담임을 그만뒀다.
이후 B씨의 신고로 시작된 수사에서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경찰에 레드카드 제도가 피해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의 조사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청구인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전주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방과 후 청소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헌재는 "청구인의 묵시적·명시적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피해아동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이 남아서 청소를 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였는지, 아니면 청구인과 학생들 사이의 레드카드 제도에 대한 약속이 확고해 묵시적인 지시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구인이 시행한 '레드카드' 제도도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사건 기록에는 피해아동의 반응을 유발한 청구인의 태도와 행위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A군이 '레드카드' 제도 외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게 된 것이 레드카드에 기인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건에 기인했는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B씨는 사건발생 이후 A군이 담장에서 떨어져 늑골염좌 등의 진단을 받아 결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 같은 반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학교폭력 피해 이후 재경험·불안·수면장애·과다행동·야뇨증·수면보행 등 증상을 겪은 사실도 인정됐다.
헌재 관계자는 "피청구인은 추가 조사 없이 사건 기록만으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했다"며 "헌재는 이 사건에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B씨가 지속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행위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지난달 14일 내렸다.
대법원은 "B씨가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며 "부모 등 보호자의 교육에 관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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