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기억하겠다" "잊지않겠다" 등 글 붙여
참사 희생자 애도하는 백합 50여개도 놓여있어
"핼러윈이지만 추모하는 게 참사 대하는 태도"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부디 힘들었던 마음은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드시길 바랍니다. 이곳에 남은 사람들이 더 힘써서 기억하겠습니다."
28일 오후 5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기억과 안전의 길'엔 이 같은 내용 등이 적힌 포스트잇 수천장이 붙어 있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잘해서 더욱 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억할게요.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안에 영원하기를"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포스트잇 밑으로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백합 50여개도 함께 놓여있었다.
이날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려고 왔다는 대학생 정아영(20)씨는 "오늘이 핼러윈 기간이지만 고인들을 추모하는 게 참사를 대하는 태도 같아서 오게 됐다"며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게 고인들과 우리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추모 장소 앞에서 약 3분간 기도를 한 후 향을 올린 김숙현(58)씨도 "벌써 그 참사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희생자들은 이태원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너무 슬프다"라며 "남은 우리가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와 김씨 외에도 이날 추모 공간엔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안전의 길을 향해 고개 숙여 묵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은 핼러윈 기간이었지만 핼러윈 관련 복장을 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부터 길게 줄지어 서 있던 옷 가게 및 각종 상품 판매점 진열대에도 핼러윈 상품은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는 "핼러윈 관련 물건은 따로 나오진 않았다"며 "매출과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품은 '다시는 그런 참사는 없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에 상인들도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들은 '기억과 공간의 길' 주변에 '소방 출동 대기로' 펜스를 약 500m 거리에 걸쳐 설치했다. 아울러 경찰도 4개 기동대(경력 약 650명)를 지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오는 31일까지 핼러윈 축제 기간 시민안전 확보를 위해 고위험 좁은 골목길 인파 관리 등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밀집 위험 골목길 중점 대비, 경계 강화 비상근무, 112 신고 대비 방안 구축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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