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도 없고, 소득대체율도 없고…'맹탕' 연금개혁안, 왜?

기사등록 2023/10/27 14:05:00 최종수정 2023/10/27 14:30:54

복지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험료율 등 빠져

자문 위원 이견에 일부 이탈…국회도 논의 제자리

"이미 선거철, 객관적 정책 제시되긴 어려운 시점"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기일 국민연금심의위원장(보건복지부 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회의를 하고 있다. 2023.10.2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핵심적인 내용이 빠진 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맹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합의된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고, 내년에 있을 총선 등 '정치적 리스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방안을 보면 연금개혁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자문을 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을 포함해 24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복지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혁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된 배경으로는 그간 논의 과정에서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꼽힌다.

올해 초만 해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1월까지 권고안을 내면 4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개혁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정 건정성 강화 방안과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을 놓고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두 차례나 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겼고, 결국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개혁 방안은 제외한 채 구조개혁 방안만 논의하기로 하면서 방향이 틀어졌다. 이 여파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에서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노후 소득 보장 강화 측 위원들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원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하기로 했는데, (변수가 생기다보니) 복지부가 국회 논의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것으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이창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이 민감한 부분이고 의견 수렴이 안 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내년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부담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이상적으로는 총선과 관계없이 미래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객관적인 대안이 나와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선거철에 접어든 지금 시점에서 당연히 정치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객관적인 정책이 제시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를 해야 하는데 복지부에서 확정된 개혁안을 내놓으면 여당의 안이 정해지는 것이어서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로 공이 넘어간 연금개혁이 속도를 더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총선이 다가오면 오히려 국회 쪽이 더 영향을 받을텐데 논의가 제대로 되겠나.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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