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미수금제도 있어"…가스公만의 회계처리 주목
가스요금 올리면 회수…손실 아닌 '미수금 자산' 처리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가스공사가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린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위기론에 휩싸였다. 이에 최연혜 사장이 "미수금 제도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스공사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미수금 제도'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연혜 사장은 지난 24일에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가스공사 국정감사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정도면 가스공사는 파산 위기 아닌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사채 발행 한도가 10조원 정도 남았는데 내년 3월 결산 주주총회에서 하반기 적자까지 반영된 결산을 하면 사채 발행 한도를 넘게 된다. 연 이자가 대략 1조6000억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 사장은 재무상황 개선 여부를 묻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도 "개선되고 있다. 부채가 작년 말보다 조금 줄었다. 부실했던 투자금도 많이 정리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최 사장이 의원들의 우려보다 가스공사 상황을 낙관한 배경은 '회수할 미수금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은 12조2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6579억원 늘었다. 과연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우려해야 할 '손실'일까,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일까. 미수금 제도는 무엇이고, 유독 가스공사만 이를 도입한 배경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본다.
◆가스공사에 외상값이?…미수금은 왜 생겨났나
미수금이란 말 그대로 아직 들어오지 않은 돈이다. 계약을 따낸 뒤 돈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설사나 조선사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용어로 외상값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성격이 다르지만 가스공사 회계에서도 미수금을 발견할 수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개인·가구에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닌 도시가스 사업자를 통하는 일종의 도매상이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제 가격 변동이나 환율 등의 영향으로 비싸게 사오면 가스공사는 밑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가스공사에 지난 1998년께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2개월 마다 환율이나 원가 변동 등을 가스요금에 반영해 공사가 손실을 보는 일이 없게 하겠단 취지다.
하지만 원료비 연동제는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가스요금이 민생에 연관되다 보니, 정부는 원료비 연동을 2008년3월부터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뤘다. 사오는 가격보다 파는 가격이 저렴해 생긴 적자는 추후에 가격이 안정되면 나중에 돌려 받자며 외상값으로 달아 놓은 셈이다.
◆회수할 수 있는 돈이라서?…'손실' 아닌 '자산'
가스공사는 미수금과 관련 1년에 한 번 정부와 손익을 정산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바탕으로 정산단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기업들의 외상값은 떼일 위험이 있는 반면 최 사장이 자사 미수금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정부에서 미수금 등을 기반으로 추후 가스요금을 인상한 뒤 여기에서 차익분이 생기면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미수금을 손실로 회계처리하는 것과 달리 가스공사에선 미수금을 언젠가 돌려받을 수 있는 '미수금 자산(기타자산)'으로 처리한다.
문제는 오랜 기간 연동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미수금의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며 가스공사의 적자는 커졌다. 하지만 해당 손실은 외상값 즉 미수금으로 처리되면서 회계 상엔 '흑자'로 기록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121.%포인트 증가한 500%를 기록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판매 단가가 오르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87.9%, 당기순이익도 55.2% 증가한 바 있다. 심지어 가스공사는 회계상 흑자란 이유로 주주 배당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가스공사는 올해 미수금 문제를 풀겠다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무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미수금 회수까지 7~8년"…3분기 실적은?
가스공사의 재무상태가 미수금 제도 하에 문제가 없으려면 결국 미수금이 언제 회수될 것인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이 현 상황을 마냥 낙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감에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미수금이 언제 해결되는지 묻자 "(가스요금 인상 없이) 이 상황으로 그냥 간다면 7년 내지 8년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미수금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유재선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수금은 3분기에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가스 민수용 원료비가 산업용·상업용 대비 높아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미수금 회수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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