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 일본 소유' 대법 판단에 누리꾼 갑론을박

기사등록 2023/10/26 16:52:52 최종수정 2023/10/26 18:19:28

대법원 "소유권 日에 있어"…부석사 상고 기각

NHK "日, 한국 정부에 조기 반환 요구 방침"

"외교로 풀었어야" vs "훔쳐서 숨기면 내거냐"

[서울=뉴시스] 부석사 동조관음살좌상 ( 사진=부석사 제공) 2023.10.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판결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불상) 인도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높이 50.55㎝, 무게 38.6㎏의 이 불상은 고려시대인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 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다가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산 부석사는 불상 결연문에 있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란 내용을 근거로 지난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절도범이 범행을 벌이기 전 일본이 한국에서 약탈해간 것이란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불법으로 약탈당한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서산 부석사가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약탈했지만 취득 시효 완성'이라는 대법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민법상 20년 이상 이를 점유한 일본 종교법인에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의 논리대로라면 '약탈문화재라도 오랜 기간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훔쳐 와서 숨겨두면 장물이 아니라 내 것이 된다는 걸 대한민국 법원이 공식 인정했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앞으로는 법원 판결대로 약탈해서 뒷산에 잘 감춰둬야겠다. 오랫동안 잘 감춰두면 내 소유인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과의 앞으로의 문화재 반환·교류 문제를 고려해서라도 대법 판단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불상을)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만약 이겼다면 일본은 문화재 반환이나 교류에 점점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아직도 일본에 있을 수많은 유물을 영영 구경도 못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소송이 아닌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소송으로 끝을 보기 전에 협의나 조정을 통해 교류전시회를 열고 한일 양국 간의 문화재 반환에 대한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면 좋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법무부는 이 불상을 일본 관음사에 넘길 법적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무라이 히데키 일본 관방 부장관은 "정부는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에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간논지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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