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계, 감산 노력으로 가격 협상 우위 되찾아
트렌드포스 "내년 1분기 비수기에도 가격 상승" 예측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 등 모바용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4분기 고정거래가격이 10~15%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종전 전망치(8~13%) 대비 예상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eMMC는 데이터 고속처리를 위해 모바일 기기에 내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이며, UFS도 차세대 초고속 플래시 메모리로 모바일 장치의 데이터 저장장치로 주로 활용된다.
트렌드포스는 앞서 모바일용 D램의 가격도 오는 4분기 13~18%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예측한 5~10%(LPDDR5 기준)보다 눈높이를 더 높인 것이다.
모바일용 메모리 제품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감산 효과가 거론된다. 낸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낸드 레거시(성숙) 공정의 제품의 생산량을 절반 가깝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산을 무기로 한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 성수기가 도래한 데다,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시리즈 신제품 출시에 자극 받아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 확대 분위기도 수요 증가의 촉매가 됐다. 중국 스마트폰 내수 시장은 전 세계적인 판매 부진에도 지난 8월 소폭 성장세를 보이며 2021년 3월 이후 29개월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1~3월)에도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연초는 스마트폰 판매 비수기인 데다, 설 연휴 등으로 근무 일수가 감소해 공급-수요 업체간 거래도 한산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메모리 업계가 생산량을 늘리는 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 시장이 일단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모리 업체들이 레거시(성숙) 공정을 차세대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를 통해 주력 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 메모리와 7세대(176단) 낸드의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지난 분기부터 대부분 성숙 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제품은 회로 미세화나 층수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데, 세대가 지날수록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원가 절감은 물론 성능과 전력효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차세대 D램 1b(5세대), 238단(8세대) 제품의 수율도 계획대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올해 양산을 시작한 8세대(236단) V낸드의 수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현재 개발 중인 1b(11나노급) D램와 내년 양산을 앞둔 9세대(300단 수준)도 집적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멈추고, 감산 효과로 수급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며 신규 애플리케이션이 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메모리 업 사이클(Up-cycle) 초반부에 확인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며 "수요 회복 시그널이 감지되는 가운데 감산 계획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업황 개선 구간에서 높은 회복 탄력성이 확인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