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군사적, 정치적으로 가자 통치 안 한다"
정치세력으로서 하마스 제거 불가능…부활 막지 못해
팔레스타인 문제 외면하는 한 분쟁은 시간 문제일 뿐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해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에 성공하더라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들고 빠져나오는 것은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를 제거한 뒤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하도록 할 것인지가 정치적 난제가 된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 문제를 자신들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톰 베케트 영국 예비역 중장으로 국제전략연구소(IISS) 중동 전문가는 “하마스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정치 세력으로서 하마스는 남을 것이며 현지 주민들의 저항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로선 가자를 직접 통치하거나 철수한 뒤 다시 저항세력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쟁 목표가 하마스를 뿌리뽑고 지도자를 제거하는 것이며 가자지구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자지구를 누군가는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 이스라엘 작전의 맹점이다.
하마스는 정치, 종교적으로 해체될 수 없는 이념을 가진 조직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순교자”라는 평판을 받는다.
영국 런던대 중동전문가 리나 하티브는 “하마스는 군사적으로 패배해도 결코 무력화되지 않는다. 하마스의 정통성이 군사적 성공에 근거한다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 로런스 프리드먼 석좌교수는 “이스라엘군이 아무리 우수해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 년 동안 민주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이 대표적 본보기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현지 주민들에게 뿌리내린 민병대와 이슬람 전사들의 지속적 저항에 시달린 끝에 철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부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도 똑같았다. 당시 한 보고서는 유엔이 가자지구 국경을 통제하고 팔레스타인 민병대를 해체하면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를 단계적으로 푸는 대신 온건 세력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최선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도 이 방안은 비현실적이다. 휴전이 쉽게 깨지면서 상황이 다시 악화하는 것을 막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014년 유엔 중동평화특사였던 네덜란드 출신 외교관 로버트 세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하는 한 분쟁은 시간의 문제일 뿐 수시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가자 지구를 파타당 소속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겼다. 그러나 파타가 이듬해 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뒤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