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 전 회장 자택 등 압수수색 나서
비자금 20억 조성 혐의…임직원에 허위 입금
'오너 리스크' 재발한 태광그룹, 투자시계 '스톱'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 =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수십억원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였던 이 전 회장이 다시 수사를 받으며 태광그룹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소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임직원 계좌로 허위·중복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린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외에 태광CC가 계열사에 대한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보고,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같은 혐의로 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은 앞서 2011년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건강 문제로 7년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2018년 구속됐고,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로 끊임없이 '오너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다시 복권 두 달 만에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태광그룹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태광그룹은 2011년부터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소송과 간암 투병 등으로 인해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기업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경영 일선 복귀가 제기되며 그룹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싶었다. 태광그룹은 지난 16일 그룹의 비전·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이 전 회장이 또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태광그룹에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올 수 있다.
태광그룹은 이번 경찰 수사 혐의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전 경영진이 벌인 전횡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광그룹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경찰이 이 전 회장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 전 회장의 비리를 경찰이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특히 이 전 회장 수사가 경찰 내 최고 수사 조직으로 불리는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라는 점은 이 전 회장의 비리 혐의 수사가 더 없이 신중하게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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