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천문연 원장부터 노조까지 '직속기관화' 입 모아
"기존 연구원 품으면 직접 R&D, 인력 등 문제 자연히 해결"
우주청 특별법 안조위 종료…합의 실패로 연내 설립 사실상 불발
우주항공청이 기존의 우주 분야 연구기관을 모두 산하에 넣고, 정책 수립부터 연구개발(R&D)까지 모든 영역을 일괄 지휘해야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원장들과 각 연구원의 노동조합지부장들이 모두 참여했다. 기관장과 현장 연구원들이 한뜻으로 제대로 된 우주전담기관 설립을 염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지난 30여년간 우주는 주목받지 못하는 변방의 R&D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고, 우주가 R&D를 넘어서 안보·외교·국방·경제 등 국가 인프라를 망라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R&D 문제를 두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합의가 불발됐는데, R&D를 할 수 없게 하는 게 아니라 R&D를 잘하는 기관을 우주항공청에 넣는 방향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득 천문연 원장 또한 "우주과학을 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길 희망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우주항공청의 R&D 문제나 소관기관 관련 문제는 천문연도 항우연의 의견과 같다. 다만 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대형망원경 운영, 달력을 만드는 역상 사업 등 천문연 고유의 부분도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항우연 "항우연 연구원들은 우주청 직속기관화 모두 찬성"…천문연 "순수과학 천문학도 챙겨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각 연구원의 노조지부장들은 토론 참석자로서 더 구체적인 의견들을 내놓았다.
신명호 항우연 노조지부장은 "우리나라에 우주항공분야 현장 인력이 약 1500명 정도 있는데, 우주항공청을 새로 만든다 해도 물질적 기반, 인력 등은 연속성을 가져가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질 때 기존의 항우연, 천문연을 직속기관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항우연은 모든 구성원들이 우주항공청으로 직속화 해야 한다는 의견을 확실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지부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두고 직접 R&D 허용 문제, 관계자 처우 문제 등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 연구원들의 직속기관화를 실현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우주항공 분야 인력 확보, 제대로 된 우주산업 육성 등도 고려해야 하는데 정부가 발의한 우주항공청 법안엔 이런 내용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기존 연구원들과 연속성을 가지고 원천기술을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한국형 NASA(미 항공우주국)'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나사는 우주과학기술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다 갖고 있다. 사실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항우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다 합쳐진 과학기술에 대한 미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관"이라며 "과학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써는 이런 총괄 기관을 당연히 원하지만, 우주항공청을 당장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건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동규 천문연 노조지부장은 항우연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산업 분야와 밀접한 항우연과 달리 순수과학 성격이 강한 천문연에서는 아직 소속 연구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지부장은 "산업 분야에서의 우주가 스페이스(Space)라면 천문연은 유니버스(Universe)를 다루는 곳이라 많이 다르다. 많은 우려와 기대 등 의견이 다양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천문연 또한 우주전담기관 설립은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속도보다 제대로 된 방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우주개발산업에 치중되다 보니 순수과학 분야인 천문학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의견 수렴이 아직 잘 안되는 것일 수 있다"며 "우주항공청 산하로 천문연이 들어간다면 나사의 과학인문국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우주항공청을 두고 정책 집행 기능만 집중적으로 다뤄지는데, 장기적인 정책 수립 기관으로써의 역할도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청 특별법 안조위 오늘 종료…'직접 R&D 허용' 두고 합의 불발
우주전담기관 관련 논의는 지난 4월 과기정통부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후 야당이 '우주전략본부 설치법'을 대체법안으로 발의하면서 본격화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우주항공청을 두고 파행이 거듭되자 야당의 요구로 지난 7월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됐다. 안조위는 국회에서 특정 쟁점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해 압축적으로 논의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90일 동안 활동하게 된다.
여야는 이달 5일까지 안조위에서 네 차례의 회의를 열고 과기정통부, 산학연 전문가 등과 입법 방안을 논의해왔다. 여야는 우주항공청의 위상, 기존 우주기관과의 관계 설정, R&D 수행 여부 등을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지난 5일 열린 4차 회의에서 극적 합의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당시 합의 내용은 ▲과기정통부 산하 차관급 우주항공청 ▲국가우주위원회 개편(위원장 대통령 격상) ▲우주항공 분야 전담기관으로써 기능 확정 ▲우주산업 클러스터 기능 강화 ▲외국인 및 복수국적자 임용 허용(청장 및 안보 분야 제외) ▲우주항공청윤리위원회 신설 등이었다.
하지만 합의사항을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우주항공청에서 직접 R&D 기능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여당의 반발이 나오며 끝내 합의가 불발됐다. 국회법상 우주항공청 특별법 논의를 위한 안조위는 이날 종료된다. 법안 발의 이후 반년여가 흘렀음에도 목표했던 연내 출범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앞으로 여야는 안조위 기한을 연장하거나, 과방위에서 다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한편 안조위가 종료되는 이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경상남도, 사천시와 함께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를 열고 우주전담조직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직접 R&D 수행 필요성, 나사식 연구체계 도입을 통한 우주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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