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근절' 3단계…지상전 임박
하마스 억류 중 인질 최소 200명…협상 압박
헤즈볼라가 최대 위협…"선제공격 허용 안 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내 하마스 근절을 위한 3단계를 제시하고 지상전 임박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하마스에 억류된 최소 200명 인질 목숨을 놓고 하마스와 간접 협상에 휘말릴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 공습 공격에서 지상전 단계로 전환할 시기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스라엘, 하마스 근절 3단계 제시…예비군 36만명 소집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앞서 지난 20일 하마스를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 체계 3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는 선(先) 공습, 후(後) 지상전으로 이뤄진 군사 작전으로, 2단계는 하마스 격퇴 후 남아 있는 저항 세력을 없애기 위한 보다 낮은 강도의 전투다.
마지막 3단계에서 가자 지구 내 새로운 안보 정권을 구축해 하마스를 영구 축출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습해 보복 중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예비군 약 36만명을 소집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지상전으로 광범위한 터널망과 요새화된 벙커로 공습을 피하고 있는 하마스 대원과 지도부를 겨냥할 계획이다.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지상전에 대해 "우리가 선택한 시간, 장소,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이는 우리의 작전상 이익에 기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마지막으로 가자시티에 병력을 투입한 2014년 당시 무장 단체의 자동포, 대전차 미사일, 로켓추진유탄(RPG) 등 공격으로 이틀간 이스라엘군 13명이 사망했다. IDF는 당시 피해를 고려해 이번에는 공습으로 하마스 방어선을 먼저 파괴한 뒤 병력, 탱크, 장갑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한 고위 장교는 지난 21일 가자 지구 북쪽에 위치한 하마스 군사 시설 대부분 타격받았고, 지상 공격이 시작되면 공군이 가자 지구로 이동하는 보병과 기갑 부대를 엄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전 국가 안보 부보좌관 출신 척 프레이리히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내각에서 어디까지 가야 할 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잠시라도 이스라엘 영토를 정복하거나 우리 국민을 학살한 경우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하마스 억류 인질 최소 200명…이스라엘에 협상 압박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최소 일부를 석방하고 민간인 인도적 지원이 가자로 유입될 수 있도록 카타르와 다른 중재자들이 협상할 시간을 주라는 미국 등의 막후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하마스 지도부가 인질을 이용해 이스라엘 침공을 지연시켜 방어 준비 시간을 벌거나, 폭격 중단 및 팔레스타인 수천명 석방을 위한 협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문제와 지상 작전은 별개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하마스와 인질 석방 협상을 하는 동안에도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으로 지상전이 연기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선 그었다.
이스라엘 국방부 정치 군사 국장 출신 조하르 팔티 워싱턴 극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알아크사 홍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큰 충격을 받았고, 무장 세력에 붙잡힌 포로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것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팔티 연구원은 "(하마스의 인질 압박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공격으로 '제2의 전선' 우려…"선제공격 용납 못 해"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 지역인 북부에서 제2의 전선이 만들어지는 것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는 동안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수천 대의 로켓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할 경우 북부에서 제2의 전선이 조성될 수 있다.
일부 전직 관리들은 헤르볼라로 인한 위험이 큰 만큼, 가자 지구 지상전 계획을 재고하고 확전을 피하라는 미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을 향해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고 외교 고문 출신인 심리트 메이어는 "가자 지구에서 1년 이상 장기전이 지속되면 전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북쪽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에 직접 위협이 되는 헤즈볼라의 일부 미사일 능력을 해체하는 전략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합의는) 헤즈볼라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하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헤즈볼라의 선제공격을 허용하는 건 이스라엘에 실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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