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만 이뤄지면 이공계 고사 우려돼"
"전문직 인사개편 검토…현장 소통 강화할 것"
"SPO 강화 두고 교사들 尹대통령 호평 여론"
"공교육 붕괴 중…회복하고 대전환 이루고파"
이 부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학 신입생이 자율전공학부(자유전공, 무전공)로 입학해 2학년까지 마친 뒤 의대로 진학하는 '파격적 벽 허물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의대 정원을 받더라도 (입학생이) 다 쏠리니까 이공계가 고사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의대가 증원될 때 이 방안으로 바뀌면 모든 입학생을 무전공으로 받겠다는 대학도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부총리는 "의대 중에서는 반대하는 곳이 당연히 있다"면서 "의대 모집정원의 100%를 자율전공 입학 후 진학으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는 굿 뉴스(좋은 소식)일 것"이라며 "지금은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이 일반적인데 좀 더 개방된 2+4라 보면 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에서 5지선다형 방식을 유지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학생들의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이번 개편안부터 도입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 개편은 교사가 더는 학교폭력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현장 교사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 본부에 속한 장학관, 연구관 등 80여명의 교육전문직(현장 교사 경력이 있는 공무원) 인사 제도 개편도 검토 중이다. 젊고 우수한 교사들을 뽑아 성과가 우수하면 부교육감까지 육성하는 것을 보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모든 대학에 벽 허물기 차원에서 모집정원의 30%를 전공 없이 선발하도록 제안했는데 취지가 무엇인가.
"아이들이 성적 순으로 전공을 택하다 보니 전공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도 학생이 본인에게 맞는 전공을 택하게 해 주고 사회에 내보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도 여기에 포함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3학년 올라갈 때 의대는 정원이 정해져 있으니 정원 만큼 의대로 가고 나머지는 원하는 전공을 다 하게 해주는 것이다."
-과거에도 학부제나 자율전공학부가 없던 게 아니었지만 뽑아 놓고 보니 결국 유망 학과로 쏠렸다.
"예컨대 컴퓨터공학이나 경제학으로 붐(수요 급증)이 일어날 수도 있고 통계학의 붐이 일어날 수도 있고 해마다 달라질 수가 있다. 학생들이 다 거기로 가면 그게 무슨 문제인가.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저는 그게 더 바람직한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모집정원의 30%라는 기준은 어떻게 나왔나.
"대학과 이제 소통을 하면서 '이 정도가 어떠냐' 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기준이다. 30%도 안 된다면 벽 허물기라는 변화의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대입 개편안에서 내신 등급을 5등급제로 개편하면서 변별력이 하락한다는 지적이 있다.
"5등급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목고로 쏠린다, 대입이 수능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은 합리적이지 않다. 9등급은 콩나물 교실 시대에도 사실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폐지돼야 맞다. 학교나 교사, 학부모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수능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는 시안을 내놨다. 사교육 비 경감 측면에서도 기대하는 효과가 있나.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로 학원에서 강의를 많이 했던 만큼 타격이 있을 것이다. 새로 도입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암기식 문제풀이 과목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 과목이다. 융합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다. 학원보다 학교가 훨씬 더 잘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문과와 이과가 없어진 것은 오래 됐는데 계속 나누는 것도 사교육의 마케팅이라 본다."
-5지선다형은 정답 찍기나 암기를 유발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불가피하게 유지한다고 했다.
"서답형이든 논술형이든 도입하면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린다는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내신 평가부터 5지선다형을 지양하는 방식으로 바꿔 나가려 하는 것이다. 정말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한다. (변화 속도에) 맞추려면 이번에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도 5지선다형을 없애야 했지만 교실의 변화가 안 일어났기 때문에 그 속도를 보고 할 생각이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해 2026년에 203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장 교사들과의 주례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어갈 계획인가.
"우선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겪으며 그간 교육부가 너무 불통이었다고 느꼈다. 교육개혁의 중요한 성과는 교사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추진하는 데 있는데, 교사들을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고 만든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장관이 교사를 만나 봐야 몇 백 명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전체 교사들이 참여하는 소통 플랫폼이 중요하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교사들이 참여해서 정책을 제안했지만 교육부가 거기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앞으로는 매주 '함께 학교' 플랫폼을 통해서 소통할 생각이다.
그리고 교육부에 있는 교육전문직이 소통의 통로가 돼 왔는지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로 채용하는 인사 혁신도 고민하고 있다. 교장으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관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교육감을 하거나 인센티브를 더 주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바로 시행하려 한다."
-가장 최근 현장교사 주례 간담회에서 SPO 제도를 논의했지만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 고민하는 게 있나.
"선생님들이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해야 되는 부담을 덜어드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막연히 SPO를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 방안을 찾다 보면 수가 늘어날 수도 있고 퇴직 수사관이 참여할 수도 있다. 교육지원청에 생기는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통해 기능을 맡기는 것도 검토 중이다. 대통령 간담회에서도 교사들이 대통령의 말을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며 인디스쿨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많이 높아졌다."
-내년 1월1일자로 대학규제혁신국을 일몰한다고 했는데 대학들은 당장 내년부터 모든 규제가 없어지는 거냐 말한다. 그런데 아직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남은 업무는 어떻게 수행할 계획인가.
"그게 고민이긴 하다. 법안은 연말까지 국회를 통해 개정하려 하지만 개정이 안 됐을 때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 남은 규제는 기획조정실이나 대학 관련 업무를 맡은 인재정책실에 분산하고 일단 대학규제혁신국은 1월1일자로 일몰(폐지)한다는 방침은 정했다. 대신 저출산, 지역 불균형 문제를 교육의 힘으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사회부총리 보좌 국장급 조직을 만들 것이다. 최근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임기 중에 꼭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취임 후 너무 많은 현안이 쏟아졌다. 학교폭력, 사교육비, 교권 침해 등 모두 교육이 붕괴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회복시키는 것 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교육의 큰 전환기에 제대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 저는 '회복'과 '대전환'을 100% 완성할 수는 없을지라도 큰 초석을 놓는 장관으로 평가받고 싶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