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범죄 검거율↓ 처리기간은↑…"사건 복잡·베테랑 이탈"

기사등록 2023/10/19 06:00:00 최종수정 2023/10/19 06:53:41

검거율, 2019년 70%→2023년 55.8%

일선 경찰 "사건 복잡해져 수사 난항"

수사관 1인당 사건 처리 기간 길어져

기피부서化 경력자 이탈…증원은 난항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기, 횡령, 배임 등 지능범죄는 매년 40만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5년간 검거율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사진은 지난 2월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2023.02.2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해마다 40만건 안팎으로 발생하는 지능범죄 검거율이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사건 규모가 크고 복잡해진 데다가 계속되는 격무로 노련한 수사인력 확보가 어려운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18일 경찰청의 '2023년 3분기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7~9월 지능범죄 발생 대비 검거 건수 비율은 57.0%로, 지난 2분기(57.9%)보다 0.9% 낮아졌다.

지능범죄란 범죄자의 높은 지적 능력을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로, 사기, 위조, 횡령, 배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지능범죄 발생 대비 검거율은 지난 2019년 70.0%를 기록한 뒤 ▲2020년 65.7% ▲2021년 59.7% ▲2022년 56.6% ▲올해 1~9월 55.8%로 최근 5년새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지능범죄 발생 건수는 ▲2019년 38만1533건 ▲2020년 42만4642건 ▲2021년 36만1107건 ▲2022년 40만5105건 ▲올해 1~9월 32만4238건이었다. 매년 지능범죄 건수는 일정 규모를 유지해왔지만, 검거율은 되려 줄어든 셈이다.

일선 경찰들은 지능범죄 사건 규모 자체가 커지거나 내용이 복잡해지면서 수사 난이도가 높아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수도권의 한 경찰 수사관은 "해외에 법인을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사이트에서의 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범죄들은 해외 공조 등이 필요해 수사 장애물이 많다"라며 "해외에 총책이 있는 보이스피싱 사건들도 늘어나는 등, 사건들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사기, 횡령, 배임 등 지능범죄는 매년 40만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5년간 검거율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사진은 경찰청 마크.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경찰 수사관 한 명이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들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수사관 1인당 사건 처리 기간은 ▲2019년 50.4일 ▲2020년 55.6일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 ▲2023년 1~6월 66.1일로 최근 5년새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능범죄 수사만 따져봤을 때, 사건 처리 기간은 2019년 84.0일에서 2023년 1~6월 104.3일로, 평균 20.3일이 늘었다.

일선 경찰들이 격무부서인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만성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부서는 이미 업무량이 상당해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부서였다"라며 "최근 범죄가 상당히 지능화되고 복잡해져, 수사 부서를 기피하거나 이탈하려는 모습까지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력 1년 미만의 신임 수사관 비율은 지난 2021년 13.3%(3만3423명)에서 2022년 17.9%(3만4679명)으로 늘었다. 베테랑 수사관의 이탈로 신임 수사관 비중이 늘어난 셈이다.

수사인력 증원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인력 증원은 2020년 1382명에서 2021년 839명, 지난해에는 598명에 그쳤다. 올해는 자체 재배치로 1048명을 확보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제 경찰 일선에선 수사 업무가 상당히 어렵고 힘들어 기피되는 상황인데, 수사의 완결성마저 요구하다 보니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인력 문제와 더불어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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