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규제지역 해제 이후 전국 256가구서 '깜깜이' 무순위 청약 적발

기사등록 2023/10/27 06:00:00 최종수정 2023/10/27 07:41:34

허종식 의원실, '비규제지역 무순위 공급 추진실태' 자료

1·3 대책으로 서울 4개구 외 모든 지역 규제지역서 해제

전국 3개 단지 256가구 적발…"불법공급 혐의로 수사의뢰"

국토부 "비규제지역도 무순위 청약홈 의무이용 즉시 추진"

고객들이 지방의 한 단지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계가 없습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지난 1·3 대책으로 서울 4개 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이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무순위 청약(줍줍) 공고를 올릴 의무가 사라진 비규제지역 곳곳에서 '깜깜이' 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비규제지역 무순위공급 추진실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전국 3개 단지 총 256가구에서 공급절차 위반의심 사례를 적발해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의 불법공급 유형은 ▲무순위 공급 미실시 1개 단지(145가구) ▲무순위공급 종료 전 선착순 임의공급 실시 2개 단지(111가구)로 나뉜다.

먼저 지난 3월30일 점검에서 적발된 지방 소재 A단지 145가구는 사업주체가 정당 당첨자와 주택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145가구의 미계약분이 발생하자 무순위 공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착순의 방법으로 남은 물량을 임의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4월5~6일 적발된 또 다른 지방 소재 B1·B2단지 총 111가구는 사업주체가 예비입주자에 대한 주택공급이나 무순위공급 절차가 종료되기도 전에 111가구를 선착순의 방법으로 임의공급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적발사항은 불법공급 혐의가 있어 수사를 의뢰한 사항으로, 아직 유죄 확정은 아니다"라며 "지역·단지명·세대수 등이 공개되는 경우 해당 주택가격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계약자들의 집단민원)가 높아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주택공급 절차는 정당 당첨자에게 가장 먼저 계약 기회를 부여하고,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예비입주자 ▲무순위공급 ▲선착순 임의공급 순으로 기회가 주어진다. 또 주택공급규칙 제26조제5항에 따르면 사업주체들은 무순위 공고시 '공개모집의 방법'으로 해야하지만, 공고확인이 어렵거나 무순위 공고 전 사전공모를 통해 임의공급(선착순)을 하는 등 공급절차를 위반한 경우 등은 적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깜깜이' 분양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지난 1월 서울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 구를 제외한 전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함에 따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규제지역은 반드시 주택청약업무수행기관인 청약홈 시스템에 의뢰해 무순위 접수를 해야 하지만, 비규제지역은 청약홈 사용이 선택사항이다.

과거 청약홈을 이용한 무순위 청약은 경쟁률이 1대 1을 넘으면 계약 결과와 무관하게 무순위 청약 공고를 또 올려야 하다 보니 일부 단지는 10차례 넘게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규제지역 해제 이후부터는 사업주체들이 'n차' 무순위 청약 단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어디에도 공고를 하지 않거나, 청약신청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형식적인 공고만을 한 뒤 선착순으로 남은 물량을 처리해버리는 등 공급 절차를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당첨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주체) 당첨자 선정 ▲(사업주체) 청약홈 명단등록 ▲(청약홈) 적격여부 회신 방식으로 부동산원 청약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는 국토부가 허종식 의원실에 제출한 검증의뢰 화면 예시(자료 제공=허종식의원실)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부동산 업계에서는 사업주체가 자체적으로 무순위 공고를 내는 경우 '공급질서 교란자'들의 청약을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오고 있다. 

공급질서 교란자는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전입, 임신진단서 위조, 부양가족 허위 기재 등으로 청약 가점을 부풀리거나 불법전매 등 각종 위법행위를 했다가 적발된 이들로, 현행법상 10년 간 청약 재당첨이 금지된다.

청약홈의 경우 이들의 명단을 갖고 있어 무순위 청약 과정에서 법 위반자를 걸러낼 수 있지만, 조합과 시행사는 무순위 청약 신청자가 이러한 공급질서 교란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지난 2월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당첨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주체가 당첨자 선정 후 청약홈에 명단을 등록하면 ▲청약홈에서 적격여부를 회신하는 방식으로 한국부동산원 청약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청약시스템 개선 이후 현재까지 사업주체들은 총 19개 단지(서울 1, 경기7, 부산 6, 광주 1, 충북 3, 충남 1)에 대해 자격제한 여부를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이러한 청약홈 이용을 의무화하기 위해 규칙 개정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운영과 관련, 청약홈 의무 이용은 사업주체에게 다소 규제적 측면은 있으나, 청약정보 확대 및 과거 부정당첨자 여부의 실효성 있는 검증 등을 위해 의무이용을 즉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11월부터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들어가 내년 3월 중으로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종식 의원은 "소위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신청자격 제한도 없고 청약홈 이용도 선택사항이라 일부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작용될 수 있다"며 "규제지역이 전반적으로 해제됨에 따라 무순위 청약 제도에 대한 점검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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