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했나…"남부에 병력 전면 배치"[이-팔 전쟁]

기사등록 2023/10/11 14:41:01 최종수정 2023/10/11 16:42:04

가자 지구 장벽 탱크로 포위…예비군 30만명 소집

전면전 개시 시기·규모 미지수…인질 150명도 변수

가자 주민들 "대피할 곳 없다"…민간인 피해도 속출

[가자지구=신화/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11일(현지시간) 5일차를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2023.10.11.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이 5일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스라엘 남부 국경에 병력을 전면 배치했다.

가자 지구 국경을 둘러싼 장벽은 탱크로 뒤덮였고,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30만명 이상을 소집했다.

리처드 헤트 IDF 대변인은 "이번 공격 범위는 이전보다 더 크고 심각할 것이다. 깨끗하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라며 "하마스에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리 모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 배치한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도 전날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미국의 첨단 무기를 실은 첫 번째 수송기도 같은 날 이스라엘 남부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가자 지구에 언제 지상군을 투입할지는 불분명하다. 이스라엘 군인 수만 명은 여전히 가자 지구에 은신해 있는 하마스 조직원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 남부를 수색 중이다.

다만 IDF가 지난 9일 밤 주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와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식량, 물, 기타 물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만큼, 지상 공격이 머지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어느 규모의 전면전을 펼칠지도 미지수다. 하마스가 미국인을 포함해 인질 150명가량을 붙잡고 있는 것도 군사 작전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경고 없이 민간인 가정을 계속 폭격하면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11일(현지시간) 5일차를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며 찾아낸 소지품 등을 들고나오는 모습. 2023.10.11.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자 지구를 완전히 떠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국경은 전날 이스라엘 공습 이후 폐쇄됐다.

주민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냐는 질문에 헤트 대변인은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 국경을 이용하라며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나가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은 평시에도 특별 허가 없인 국경을 넘을 수 없었다며, 전시 상황에선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헤트 대변인은 이후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라파 국경이 열려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개방돼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며 "라파 국경은 IDF 담당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가자 지구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및 이집트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팔레스타인 이주민이 18만7500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 지구 긴급 대피소 수용 인원이 13만7000여명으로, 수용률 90%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11일(현지시간) 5일차를 맞은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2023.10.11.

가자 지구 내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거주 지역, 의료 시설, 특히 의료진과 구조대원, 구급 차량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헤트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정부, 군사 표적을 구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며 "주거용 건물에 무기 저장고가 있을 수 있고, 하마스 수뇌부가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를 몰아내거나 가자 지구를 완전히 재점령하기까지 상당한 소모전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이 전투 대원 수천명과 지하 터널망을 보유하고 있어 가자 지구 방어에 이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타르 소재 분쟁·인도주의 연구소의 무인 라바니 비상임연구원은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이) 2005년 이후 한 번도 점령하지 않은 지역이다. 완전히 재점령하는 건 어렵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모든 작전을 준비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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