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답변·태도에 여야 모두 불만 터져 나와
사퇴 요구도…김영환 "깊이 생각해보겠다"
[서울=뉴시스] 임종명 고홍주 하지현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2023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여야는 오송지하차도 참사 관련 책임 규명을 위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신문에서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상대로 책임추궁과 방어가 오가면서도 김 지사에 대한 질타가 여야 모두에서 쏟아졌다.
행안위는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증인·참고인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이날 국감에는 오송 참사 관련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 미호강 임시 제방공사 감리단장 등이 출석했다. 당초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출석도 예정됐으나 이 전 청장은 출석 통보를 늦게 받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김영환 충북지사를 향해 "저는 충북도 재난안전대책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그 중심에 김영환 지사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운을 뗐다.
천 의원은 김 지사가 참사 전날 비상대응 위기경보 2단계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고 서울에 갔던 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비상대응 단계에서 도지사는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상황도 파악하고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특별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오후 4시40분께 위기경보 3단계가 발령됐는데 그럼 즉시 보고를 받고 당장 대응태세를 갖춰야 했을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 지사는 "그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오후 8시 조금 넘어서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천 의원은 "오후 4시40분에 3단계가 발동됐는데 그걸 4시간 뒤에 알게 됐다는 건가"라며 "그러니까 충북도의 재난대응 체계가 엉망이었다, 부실했다, 이런 얘기 듣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강병원 의원 역시 김 지사를 향해 "충북도가 제때 차량을 통제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충북도와 소방본부가 구조활동을 펼치는 상황이었다. 지하차도 내 CCTV를 살펴보면 오전 11시53분 충북도 관계자가 현장 상황도 설명한다. 도정 전체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증인(김영환 지사)은 다른 지역에서 점심식사까지 하면서 오후 1시40분에 현장으로 출동한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몰랐나"라고도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참사 직전까지 충북지사에게 미호천 제방 범람과 궁평지하차도 침수 위험을 알리는 수많은 상황 전파가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 충북도가, 그리고 증인(김 지사)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 조치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도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도지사로서 재난 대비와 대응 책임을 방기한 재난안전법 위반 행위"라며 "피해자들께 사과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저는 유가족들과 도민들께는 사과를 무수히 했다"며 "저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의원이 지금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제가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가 이어지자 민주당에선 사퇴 요구도 나왔다.
문진석 의원은 "현재 주민소환이 진행 중인 것 알고 있나"라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는 없나"라고 일갈했다. 이에 김 지사는 "도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재호 의원도 "저는 증인이 충분한 선제 대응을 할 수 있었음에도 못한 것, 사후조치가 미흡한 것 등 오늘 지적된 것들로 봤을 때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또 한편으로는 증인이 신뢰상실과 리더십의 붕괴로 인해 앞으로 충북도민이 감당해야 될 사회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증인은 지도자로서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보궐선거를 해서라도 다음에 빨리 수습할 기회를 주는게 정치인으로서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에 대해선 "도민들 판단에 맡겨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송 의원 신문에는 "충고를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요약해보면 김 지사는 야권의 신문에서 서울에 갔던 것은 레이크파크르네상스 관련 간담회가 있어서였고, 미호천 지방은 평소에도 불안했어서 예방이 어려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겨 행안위 의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당 소속인 김 지사를 방어해주려는 태도를 취했으나 김 지사의 답변과 태도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들과 똑같이 김 지사를 질타했다.
정우택 의원은 신문 도중 "저는 우리당 (소속) 지사라 좀 여러가지 해드리려고 하는데, 왜 자꾸 말씀을 그렇게 하나. 그러니까 야당도 지금 열받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를 향해 "미호천 수위가 상승하는 중이라든지 주민 대피가 필요하다 정도만 보고하고 주변 차도까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위급한, 이례적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보고 못받지 않았나"라고 편을 들었다.
이어 "저는 이번 원인이 관리 주체인 행복청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사고가 터지면 전부 현장 일선 공무원에만 책임을 묻는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김웅 의원은 "재해 발생했을 때 지사가 어디있었나, 누구랑 밥을 먹었나, 술을 마셨나 아닌가 여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본질일까 싶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2020년 8월 용담댐 등 댐 4개가 방류 잘못해서 5개 도 17개 시군에서 수해 발생해 8000가구가 넘게 피해입었을 때 감사원이 수자원공사하고 환경부 책임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그리고 이건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때는 전남지사가 뭐했나 누구랑 밥먹었나, 전북지사가 누구랑 밥먹었나 이런 얘기는 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영환 증인 오늘 말씀하시는 것 들어보니 같은 당이지만 참 답답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 이야기하는 것 보면 본인의 책임만 면피하겠다는 것이지 무엇이 원인이었고 어떻게 고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매뉴얼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매뉴얼, 누가 만들어야 되나. 지사가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세 번 전화로 알려줬는데 그건 그냥 알려준 것이고 통보가 아니라고 답변하면, 통보는 어떻게 해야 통보가 되는 건가. 질문에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게 있으면 그 부분을 답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시종일관 핵심부분에는 '수사 중이니까 말 못하겠다'고 빠져나가려 하고 본인 입장만 반복 얘기하는데 지금 도대체 누가 설득력 있게 듣겠나"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여야는 이날 행안위에서 불출석한 이 전 청장이 오는 26일 종합감사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 명의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토록 의결했다.
또 오송 참사 유가족·생존자 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세종 정부종합청사 중앙동 행정안전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adelante@newsis.com, judy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