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황선홍·황의조 이어 최다 득점자 등극
시계 골 세리머니 화제…유럽 무대 활약 기대
정우영은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62분간 뛰며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2-1 승리에 기여했다.
0-1로 뒤진 전반 27분 황재원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정우영이 헤더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정우영의 이번 대회 8호 골이었다. 정우영은 5골을 넣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할릴 마란을 제치고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이로써 정우영은 4번째 한국인 아시안게임 축구 득점왕이 됐다.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에 이어 대회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왕 선배들처럼 이번 대회에서 정우영의 활약은 눈부셨다. 대회 전 인터뷰에서 "팀에 헌신하고 동료 선수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라고 했던 정우영은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9-0 대승을 이끌었다. 나머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쉬어간 정우영은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다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16강 키르기스스탄전에서 2골을 넣으며 5-1 대승을 이끌었다. 고비였던 4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정우영은 의외의 일격을 맞고 팀이 흔들리던 결승 일본전에서도 침착하게 동점골을 성공시켜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등번호인 7번을 단 것이 정우영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 것일까. 첫 경기 해트트릭 후 정우영은 "흥민이형의 번호라 영광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지만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의 무게를 이겨내고 우승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 들어 특이한 골 뒤풀이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손목을 내려다보면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
팀 동료들은 물론 여자 대표팀 선수들까지 이 세리머니를 따라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 골 뒤풀이는 골을 넣은 시간을 기억하려는 의미라고 정우영은 털어놨다. 정우영이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뒤 개발한 동작인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비로소 빛을 봤다.
여러 모로 이번 대회는 정우영의 향후 선수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2022~2023시즌 독일프로축구 프라이부르크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던 정우영은 올 시즌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했고 경기에 출전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구단의 양해를 얻어 출전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된 만큼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우영이 유럽에서 선배 손흥민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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