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공성 강화·인력충원 등 요구
검사 등 일부 진료차질 불가피할 듯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4일 서울대병원 노조와 병원 측이 마지막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조합원 3800명 중 응급실, 중환자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한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하루 평균 1000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노조는 ▲서울대어린이병원 병상 축소 금지 등 의료 공공성 강화 ▲중환자실 간호사 등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위험·야간 업무 2인1조 편성 등 노동조건 향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대병원이 어린이병원 병상 수를 축소하려는 방침을 세워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내년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안을 보면 150평 중 3층 전체(134평)를 교수 휴게실로 만들고, 어린이병원 병상을 14개 축소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6~7인실 위주의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 구조를 개선하려면 1, 2, 4인실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1인실은 비보험 병실이여서 결국 환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또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을 1대 2로 만들고, 주간과 야간에 간호사 수를 동일하게 유지해야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환자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중증도도 높아져 숙련된 병원 노동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인당 3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신생아를 5명까지 돌보고 있다.
노조는 의사 뿐 아니라 다른 병원 근로자의 임금 인상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의사의 수당은 60% 인상되는 반면 의사 직군 외 8000명 직원들의 임금은 1.7% 인상된다"면서 "김영태 병원장은 의사 외 다른 직역의 이탈을 막기 위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총정원제에 묶여 인력 확충과 임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필수의료인력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의사직의 인건비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와 병원 측은 파업에 들어가도 필수인력이 유지되는 만큼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병동, 원무, 진단검사 등 다양한 직군이 파업에 다수 참여하기 때문에 일부 진료의 경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에 필수유지 업무 인력을 남기고, 부득이한 경우 전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파업 시 필수유지 업무 인력을 일정 비율 의료 현장에 남겨두도록 돼 있다"면서 "진료를 가능한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의료연대본부 소속 경북대병원 분회도 이날 경북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에 돌입한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직무 성과급제 도입 금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체협약에서 합의된 인력 52명 충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6명으로 축소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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