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일당 35명, 범죄단체조직 혐의 첫 재판

기사등록 2023/10/05 12:56:24 최종수정 2023/10/05 14:32:05

법원 "피고인 너무 많아 재판 나눠서 심리"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건축왕 남모씨 등 공모자 전원의 범죄단체 조직죄 확대 및 은닉재산 몰수, 추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0.04.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총 430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 일당의 범죄단체조직죄 관련 첫 재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 등 35명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사기 등 혐의로 A씨 등 일당 35명을 추가 기소했다. 이 가운데 A씨를 포함한 18명에 대해 국내 전세사기 사건 중 최초로 형법 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날 법정 안팎은 피고인 35명과 이들의 변호인, 전세사기 피해자들, 취재진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피고인 숫자만 30명이 넘는 탓에 재판장이 피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만 30분이 소요됐다.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전체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인부 의견은 들을 수 없었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이 끝나자 재판장은 "피고인이 너무 많아 오늘 공소사실 인부절차를 다 진행하긴 어렵다"면서 "사건을 분리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A씨 측 변호인은 사기 혐의를 제외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 혐의 등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일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현재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에서 심리 중인 1차 기소 사건의 피고인 A씨 등 10명의 심리를 12월로 미루기로 했다. 해당 사건의 심리를 마친 상태에서 필요한 증거 등을 원용할 계획이다.

또 남은 피고인 25명은 3개 그룹으로 나눠 11월과 12월에 걸쳐 각각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건축업자인 건물주와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전세사기 범행. (이미지=인천지검 제공)


A씨 등 35명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372세대의 전세보증금 약 30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이 지난 3월 먼저 기소해 1심 재판 중인 사건의 범행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같은해 7월 사이다. 이 기간 전세사기 피해자는 161명, 피해 보증금 합계는 약 125억원이다.

이로써 2차 기소된 사건까지 합하면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533명, 피해 보증금은 약 430억원이다.

아울러 A씨를 포함한 18명을 지난 2021년 3월 사기 범행을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다수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이를 총괄하는 '중개팀'을 두는 등 체계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전세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고 봤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를 조직할 때 성립된다. 형법상 사기죄보다 형량이 훨씬 무겁다.

이 밖에도 검찰은 A씨가 지난 2018년 1월 강원 동해 망상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확보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의 공사대금 등 약 1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규명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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