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달 2.3兆 순매도…올 들어 최대 규모
고금리 장기화, 강달러 우려에 수급 공백 지속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께 코스피는 2% 안팎의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는 2.5% 가량 급락 중이다.
양 시장 모두 외국인 투자자가 '팔자'로 나서면서 지수에 힘을 빼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945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는 1661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약 2조28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에서 1조603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1조2209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올 들어 월간 기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 당 1350원을 돌파하는 등 연고점을 경신했고, 이날 오전에도 재차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당 1360원을 넘어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연휴 중에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릴 만한 이벤트가 계속되면서 이날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연휴 동안의 이벤트는 대체로 무난하게 지나갔다"면서 "물가 둔화가 지속적으로 확인됐고 미국 의회에서 임시 예산안이 처리되면서 셧다운 우려를 덜었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금리 부담은 지속됐는데 장기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주가 하락과 비중 축소로 '물타기'를 고려할 수 있는 가격 레벨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금리 상승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 정점 통과 전까지는 할인율과 환율 부담으로 외국인의 수급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이 코스피와 방향성을 같이하는 반도체 등 IT 업종은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대형주 중심의 순매수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10월 증시 연고점 돌파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수출과 실적 전망이 바닥을 통과하는 구간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유인 강화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수출과 이익 바닥 확인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인해 원화 코스피·달러 환산 코스피 비율이 증시 바닥이었던 지난해 9월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등을 고려 시 이달 중 외국인의 대형주 중심 코스피 순매수 재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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