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에 소유즈 캡슐 구멍 나…신품 교체 및 스케쥴 조정
180일 체류 예정이 371일로 늘어나…미국 비행사는 최장 기록
미국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프랭크 루비오와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비행사 2명이 탄 러시아 소유즈 캡슐이 이날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초원에 내리면서 이들의 반 강제적 장기 우주체류가 그나마 좋게 마무리되었다.
지구 상공 410㎞ 위에서 지구를 맴돌고 있는 ISS에 가서 머물다 오는 우주비행사들은 철칙이 자기가 타고온 캡슐을 내려갈 때 그대로 또 타고 귀환하는 것이다. 이 체류 기간 중 캡슐은 ISS에 도킹, 결박되어 본 정거장과 같이 지구를 맴도는데 비상 사태가 나면 이 캡슐을 타고 정거장을 빠져나와야 한다.
만약 도킹된 캡슐이 고장이 나면 미국산 혹은 러시아산 둘 중에 하나가 될 캡슐의 동종 교체 신품이 빠른 시일 내에 ISS로 수송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거기에 동종 캡슐의 후속 비행사 수송 스케쥴이 걸려있어 고장 캡슐 비행사들은 신품이 올라와 도킹되어 있다하더라도 금방 지구로 내려가지 못한다. 루비오 등 3명이 겪은 장기 체류 사정이 이를 잘 말해준다.
루비오 등 3명의 비행사는 2022년 9월 소유즈를 타고 ISS에 도착했다. 미국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2020년 5월 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후 미 나사는 그간 '소유즈' 캡슐 한 자리를 빌려타면서 로스코스모스에 지불하던 900억 원의 차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러시아 비행사가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곤 크루' 캡슐에 맞교환 탑승하게 된 덕분이다.
이 소유즈 팀은 보통대로 6개월, 180일이 체류 기간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한 달 뒤 10월 미국산 스페이스엑스의 드래곤 크루-5 캡슐이 러시아 1인, 미국 2인, 일본인 1인 비행사를 태우고 ISS에 와서 7명이 공동 생활을 시작했다.
라디에이터가 뚫리면서 캡슐 내 냉각제가 유실되었고 이를 타고 지구에 올 경우 전자부품과 탑승자가 위험할 정도로 과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로스코스모스는 부랴부랴 새 소유즈 캡슐 제작에 들어가 완성해 두 달 뒤인 올 2월24일 동종 신품을 ISS를 향해 발사해 올려보냈다.
이때 새 유인 캡슐은 무인으로 텅 빈 상태로 올라왔다. 옛 소유즈 팀은 체류 '계약' 기간이 3월 중순에 종료되는 만큼 새 소유즈를 타고 귀환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ISS 체류와 소유즈 수송 스케쥴이 엉켜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MS-23이란 이름의 새 소유즈가 올라온 지 1주일 뒤인 3월2일 미국 스페이스엑스의 크루-6 캡슐이 4명을 싣고 ISS에 도착해 비행사 식구가 11명이 되었다. 3월11일 옛 소유즈 팀보다 한 달 뒤에 올라왔던 크루-5의 4명이 자기들 캡슐을 타고 먼저 지구로 내려갔다.
이때 옛 소유즈 비행사 3명에게 '새 소유즈 유인 캡슐이 교체 비행사들을 실어올 때까지 계속 ISS에 머물러야 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다만 그간 새 소유즈 캡슐 M-23, 스페이스엑스 크루-6와 함께 ISS에 도킹되었던 구멍 뚫린 옛 소유즈 캡슐이 빈 몸으로 지구로 내려갔다.
지상에서 드디어 러시아 로스코스모스는 유인 소유즈 캡슐을 하나 새로 만들었고 새 소유즈 비행사 팀이 9월13일 ISS에 도착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9월21일에 왔던 옛 소유즈 팀 3명이 371일 만인 27일 지구에 귀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루비오 등 3명은 시속 3만 ㎞에 육박하는 속도로 지구를 매일 15번 맴돌아 그 궤도 순항비행 거리가 2억5300㎞에 이른다.
이 1년 동안 의사이자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인 루비오(47)와 관련해 지상 가족 중 첫딸과 두째 딸이 아버지 없는 새 미 공사와 육사에 차례로 입학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루비오의 ISS 체류기간은 미국 우주비행 사상 우주체류 최장 기록이다.
러시아에서는 1990년 중반에 이미 437일 간의 체류 기록이 세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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