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 우려 정신질환→법관이 입원 결정
정신질환자='잠재적 범죄자' 낙인 우려
2021년 경찰통계…정신장애범죄자 '0.7%'
"조기 발견·치료 이용 저조…점검부터"
정신장애인 단체 "자기결정권 등 침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를 향해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이 더 강해질 수 있고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지난 8월부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내에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신질환 예방 및 조기 발견, 치료 내실화, 일상 복귀·퇴원 후 체계적 지원 등 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정부는 사법입원제가 포함될 지는 미정이나 미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인 조선(남·33)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된 최원종(남·22)은 지난 2020년 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 A씨도 지난해까지 조현병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입원 및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의 정신질환자 입원은 본인 의사에 따른 자의적 입원이 기본이다. 다만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거부할 경우 ▲응급입원 ▲행정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 비자의적 입원 절차를 밟는다.
'사법입원제'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관 결정'으로 입원하게 하는 제도다. 환자 가족과 정신보건 전문가, 담당 공무원 등이 법원에 사법 입원을 신청하면 판사는 정신의학 전문가와 팀을 이뤄 심사를 진행해 결정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 사실을 발표하면서 "보호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자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주고 행정 입원의 경우 민원 발생 등으로 행정기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입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조기발견과 조기 치료, 적정한 외래·입원치료, 재활 및 사회복귀에 이르는 전반적인 정신의료시스템이 취약했는지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2021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정신장애범죄자의 비율은 0.7%로,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면 자해 또는 타해 위험성이 낮아지는 만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2021년 기준 전체 중증 정신질환 환자 65만1813명 중 조현병 진단 환자는 18만2901명(28.1%), 분열형 및 망상 장애 환자까지 포함하면 23만554명(35.4%)이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예방 및 조기 개입은 해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정신질환 환자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1%로 캐나다(46.5%), 미국(43.1%)의 4분의 1 수준이며 일본(20%)보다 낮다.
강제입원 및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에게 진찰료와 약제비 등 연간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하는 외래치료 지원제도에 대한 이용도 저조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중 비자의입원을 한 환자의 수는 2020~2022년 최근 3년간 약 2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래치료지원제도 이용 건수는 2020년 20건, 2021년 32건, 2022년 64건에 불과해 이용률이 0.19%에 불과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사법입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자칫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인권 유린이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입원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규약에 위반된다고도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정신장애인의 자의 입원하겠다는 뜻을 무시하고 본인 의사에 따라 퇴원할 수 없는 행정입원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인권적인 응급이송체계 마련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 분리 및 회복지원 동료지원쉼터 설치 ▲대화주의에 기초한 대안적 접근방식 '오픈다이얼로그' 활성화 ▲응급상황에서 동료지원가 양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