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은빛 억새밭 지나 인왕봉 전망대 올라
광주 도심 한눈에 "드디어 정상 밟았다" 감격
군부대 이전과 정상부 신속 복원 바람 전해
윤석열대통령 "무등산 정상 개방 축하"
[광주=뉴시스] 이창우 김혜인 기자 = "무등산 꼭대기에서 내 고향 광주를 볼 수 있게 돼 가슴이 벅찹니다."
무등산 정상부 상시 개방 첫날인 23일 오전 무등산국립공원은 정상부로 향하는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왕봉 직전 코스인 서석대엔 이른 오전부터 탐방로 개방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탐방객들은 파란 하늘 사이 뾰족하게 솟은 정상부를 바라보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인왕봉으로 향하는 길을 막았던 커다란 나무 울타리가 걷혔다.
탐방객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57년 만에 상시 개방된 정상부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
시민들은 가족·친구·등산 동호 회원들과 함께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은빛으로 물든 억새밭을 지났다.
인왕봉 전망대까지는 오르막길과 경사가 급한 목재 계단이 390m가량 이어졌다.
시민들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숨찬 동료에게 "열정, 열정, 열정" 구호를 외치며 힘을 싣기도 했다.
인왕봉에 오르자 광주 도심이 한눈에 펼쳐졌다.
건물과 아파트들도 거대한 자연 앞에선 조그마한 점으로 변했다.
탐방객들은 탄성, 또는 "이제 서야 왔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정상을 맞이했다.
그동안 정상부가 통제돼 서석대, 장불재까지만 올랐던 시민들은 무등산의 꼭대기를 경험하며 가슴 벅차했다.
이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처음 보는 정상을 눈에 담으려 한동안 자리에 머물렀다.
탐방객들은 정상부에 전시된 1900년대 흑백 인왕·천왕·지왕봉 사진을 구경하기도 했다.
지인과 인왕봉 전망대를 찾은 광산구민 김유승(27·여)씨는 "산은 정상까지 올라야 뿌듯한데 이전엔 서석대까지만 등반해 아쉬었다"며 "드디어 정상에 오를 수 있게돼 기쁘고 이제 서야 제대로 무등산을 즐긴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 시민 이연우(26)씨는 "내가 사는 광주를 한 눈에 바라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일부는 군부대 이전과 정상부 신속 복원을 바라기도 했다.
김경자(63)씨는 "봉우리가 철책에 가로 막혀 전체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며 "차질 없이 정상부 복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서석대에서 열린 '무등산 정상 상시 개방 개통식'에서 "군부대 이전을 통해 많은 시민이 더 온전하게 무등산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등산 정상은 공군부대가 주둔한 1966년부터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한시 개방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공군 제1 미사일 방어여단, 국립공원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시 개방을 추진했다.
무등산 정상부를 개방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정상부에 탐방객은 1044명이 다녀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무등산 정상 개방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던 무등산 정상 개방이 드디어 실현됐다"며 "57년 동안 제한됐던 무등산 정상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무등산이 오래도록 광주 시민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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