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후면 사라지는 숏폼 추가…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
인스타·유튜브에 몰리자 위기감…MZ세대 '올드한 이미지' 탈피
지인 간 메신저 넘어 비지인간 종합 커뮤니케이션 변화 꾀해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 상단에 세로 모드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떠 있는 탭이 새로 생긴 것을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9월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톡에 추가된 ‘펑’ 기능인데요.
업로드 방법은 간단합니다. 펑 만들기 버튼을 누른 뒤 동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고 텍스트,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일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후에는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펑을 모두에게 공개하기 부담스럽다면 선택한 친구들만 볼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펑을 조회한 친구들을 확인할 수도 있고, 공감 리액션을 보내거나 개인 메시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업로드된 펑을 탭하면서 슬라이드 쇼 형태로 친구들의 펑을 연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친구가 새로운 펑을 올리면 프로필 사진의 원형 테두리에 다양한 색의 링이 추가돼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왔음을 알려줍니다. 메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판박이죠?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일반 게시물과 달리 24시간 후면 삭제되기 때문에 게시물 노출에 따른 부담이 덜하고 가볍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 소통 문화에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Z세대의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 활용법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피드(게시물)보다 스토리를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2019년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내 일일 '스토리' 게시물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며 "특히 고등학생 및 대학생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카카오가 인스타그램 스토리 유사 기능을 뒤늦게 카카오톡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카오는 최근 들어서 카카오톡을 지인 간 메신저를 넘어 비지인 간의 가벼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SNS로 확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앞서 ‘공감스티커’ 및 말풍선 공감 리액션’을 도입하고, 오픈채팅을 세 번째 탭으로 별도 분리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관계성이 다양해지면서 이용자들이 단순 텍스트를 통한 소통이 아닌, 프로필을 통해 근황을 확인하거나 ‘공감’ 등 가벼운 소통을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도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연말까지 4000만명 DAU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하반기 카카오톡의 구조적 변화를 지속 이어가며 카카오톡의 5개 탭 모두 매일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종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즉, ‘카카오톡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인데요. 홍은택 대표는 “이용자들이 연락처 기반으로 계정으로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카카오톡은 이용자 사회생활 반영, 실생활 관계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이용자 활동성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게 카카오톡 한계”라고 언급한 바 있죠.
이러한 맥락에서 ‘펑’ 도입은 요즘 SNS에서 대세로 떠오른 ‘숏폼’을 강화하기 위한 카카오톡의 실험으로 읽힙니다. 스토리 흥행 이후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 숏폼 플랫폼이 Z세대를 중심으로 옮겨가고 공세가 거세지자 카카오톡도 대응에 나선 것이죠.
이를 통해 “카톡은 올드하다”라는 젊은 세대 인식을 깨는 동시에 SNS 활용을 낯설어하는 중장년층을 포섭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습니다.
향후 펑 반응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숏폼 플랫폼으로 진화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펑이 지난 13일 카카오톡 최신버전(v10.3.5)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되면서 아직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관계를 늘리기 위해 불편 사항도 발벗고 개선 중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이용자의 대화 스트레스, 부담을 줄이고 일상 속 편의를 높이기 위한 취지로 카톡이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조용히 나가기’, ‘조용한 채팅방’을 도입하며 불편사항을 적극 개선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상대방이 내 전화번호를 저장해도 자동으로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추가되지 않도록 ‘전화번호로 친구 추가 허용’ 옵션도 넣어 호응을 얻고 있어요.
카카오가 이처럼 카카오톡 개편에 사활을 거는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결국 카카오톡 내 트래픽이 상승하면 상단 비즈보드와 지면 배너 광고 등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오픈채팅 탭에는 비즈보드를 붙였고 2분기 톡비즈 광고가 늘어나는 효과를 봤습니다.
카카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톡비즈는 뚜렷한 회복을 보이지 못했지만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 하반기 톡 개편에 따른 성장률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카카오톡의 변화에 대한 이용자 반응은 어떨까요. 뉴스 댓글이나 커뮤니티 동향을 살펴보면 "신기하다", "재미있다" 등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카카오톡이 무거우지는 게 싫다", "메신저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라는 부정적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실제 기자의 주변 20-30대 친구들이 '펑'을 이용하는 사례는 아직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다른 SNS를 즐겨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카카오특은 ‘메신저’ 기능이라는 인식이 큰 영향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이 '젊은 종합 커뮤니케이션'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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