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 ‘모던 우먼(Modern Women)’ 섹션에 출품
선정된 11명 작가 중 유일한 아시아 작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이 부활한 가운데 '정강자도 깨어났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오는 10월 11~15일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는 '프리즈 마스터즈 2023 (FRIEZE MASTERS 2023)'의 ‘모던 우먼(Modern Women)’ 섹션에 참가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모던 우먼’ 섹션은 카미유 모리노(Camille Morineau)와 그가 공동 창립한 ‘어웨어(AWARE, Archive of Women Artists, Research and Exhibitions)’가 1880년부터 1980년까지 여성 권리와 페미니즘의 전환점을 기록한 11명의 주요 여성 작가를 선정하고, 각자의 솔로 부스를 큐레이션 한다.
정강자(1942-2017)는 선정된 11명의 작가 중 유일한 아시아 작가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정강자의 1966년의 자화상부터 1982년까지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아라리오갤러리 부스에서는 특히 1968년 한국일보에서 전시됐던 '억누르고'가 재현될 예정이다. 대형 솜 위에 쇠 파이프가 얹혀 있는 이 작품은, 가벼운 솜이 무거운 쇠 파이프에 의해 억눌리는 형태로 여성의 억압된 존재를 대변한다.
작품은 당시 정강자의 또 다른 해프닝 작업 '투명풍선과 누드', '한강변의 타살'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다. 작가가 생전 준비했던 아라리오갤러리 2018년 개인전에서 재현을 간곡히 원해 전시되었으나 전시 직전 작고하며 끝내 재현된 작품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강자는 1942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해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으로 등단했다. 군사정권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했던 1960-1970년대에 ‘신전(新展)’과 ‘제4집단’의 동인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조형적 실험으로 사회적 발언을 시도하며 당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와 제재로 1970년 개인전 '무체전'의 강제철거를 계기로 작품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해 10여 년간 한국 미술계를 떠나 있었다. 작가의 사회적 문제의식과 주체 정신은 1982년 한국에 귀국하며 회화에서의 실험으로 이어졌고, 갑작스러운 위암 말기 판정에도 작고 직전까지 작업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강자가 참여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가 현재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며, 내년 초 로스엔젤레스 해머 미술관으로 순회 예정이다. 오는 11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상해에서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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