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아냐"
대법원 전합 다수의견 7명, 반대의견 5명
대법원은 21일 오후 2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다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국도관리원들은 자신들의 도로 유지·보수 업무, 과적차량 단속 업무가 국토부 소속 공무원들과 같지만, 각종 수당과 상여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각종 수당과 상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돼 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만,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해당 공무원들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을 달리 처우하는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는 7명 다수 의견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공무원과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무원은 ▲지위의 특수성 ▲근무조건 결정방식 ▲보수의 성격 ▲업무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등을 고려할 때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대해 판단할 필요 없이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국가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점도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무원과의 비교대상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에 대해 "비교대상성과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혼동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미와 관련 법률과의 체계적 해석,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 사안에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한 대법원 선례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별개 의견은 권영준 대법관 1명이 냈다. 그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가족수당, 상여 등을 지급하지 않는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차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도관리원과 공무원은 신분적 특성과 보수체계에서 차이가 있고, 무기계약직들에게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해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 첫 대법원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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