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
민주, 부결 결론 냈지만 의원 개인 판단 맡겨
부결에 힘 실리지만 당내 28명 이탈시 가결돼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당 후폭풍 피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가를 체포동의안 표결이 21일 진행된다. 민주당은 '가결되면 분열, 부결되면 방탄'이라는 딜레마 속 표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냈고, 20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보고가 이뤄졌다. 체포동의안은 국회법상 '보고 후 24시간 뒤, 72시간 이내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여야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먼저 표결에 부치고 이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표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이 필요없는 비회기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정기국회 기간에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낸 것을 정치수사로 보고 부결시켜야 한다고 결론냈다. 다만 전날 의원총회에서 표결 방침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 판단에 맡겼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는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장기간 단식을 이어오자 당내에서도 동정론이 일어나면서 부결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단식과 부결 메시지를 '방탄'으로 규정하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해왔다. 정의당은 당론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가 직접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민주당에서 기권표 등을 포함해 최소 30여명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내 비명·친문그룹 모임인 '민주당의길', '민주주의 4.0' 가입자 수를 합하면 40명에 가깝다. 결국 당내 비명계의 '협조' 없이 체포동의안 부결은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안설명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민주당 출신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 민주당은 한 장관의 제안설명이 소속 의원들을 자극해 부결표가 속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표결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입원 중인 이 대표가 본회의에 참석해 신상발언에 나설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당은 상당 기간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에 이어 21대 국회 다섯 번째 사례가 된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은 이날 오전 국회 주변에 모일 것으로 보이는데, 가결되면 국회 일대에 소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이 '이탈표' 색출 작업에 나서면서 계파간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하고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당내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장 발부 이후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으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되는데 비대위 구성과 새 대표 선출을 놓고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주장한 검찰의 정치수사라는 비판에도 힘이 실리면서 향후 정국 운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구속영장은 즉시 기각된다. 이 대표는 구속을 면하게 되지만 두 번째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방탄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방탄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해 온 비명계와의 내부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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