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임직원 파격 할인…소비자들 "가격질서 혼선"

기사등록 2023/09/20 08:00:00 최종수정 2023/09/20 14:34:22

'EV9 에어·어스 트림' 5000만원 초중반 판매

기존 임직원 할인 혜택 차량도 즉시 매각 가능

기아 "홍보 목적", 업계는 "판매 부진이 원인"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기아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EV9(사진)에 대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상품 홍보가 명분이지만,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 목적이라는 분석도 들린다.

일각에선 이번 할인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려 현대차그룹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 값 주고 산 사람만 호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19일부터 자사 모든 임직원과 서비스 브랜드 오토큐 소속원을 대상으로 최대 30% 규모의 EV9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할인 대상은 지난 5~6월 생산된 EV9 에어와 어스 트림이다.

EV9의 에어와 어스 트림별 가격은 7337만~8169만원이다. 30% 할인을 적용받는 기아 임직원은 5000만원 초·중반대에 차량을 살 수 있다. EV9을 사는 기아 임직원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라이팅 패턴 등 유료로 제공되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디지털 사양 2종도 평생 무료로 쓸 수 있다.

기아는 지난해 노사 단체협약에서 재직 중인 임직원에게 보조금 포함 최대 30%까지 전기차를 할인해주지만, 신차 출시 후 6개월이 지난 차량만 대상이다. 그러나 EV9은 지난 6월 출시해 만 석달이 갓 넘었지만 할인 대상에 넣는 파격이 이뤄졌다.

이미 임직원 신차 구입 할인 혜택을 받은 기아 임직원도 이번 EV9 할인 혜택을 또 받을 수 있다. 이번에 EV9을 사면 기존 구입 차량도 2년 판매 제한에 상관없이 즉시 되팔 수 있다.

예컨대 올해 1월 임직원 할인 제도를 통해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을 쌌더라도, 이번에 다시 EV9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싼 쏘렌토는 즉시 중고로 되팔 수 있고, 기존 신차 구입 시점으로부터 2년 뒤인 2025년 1월 다시 직원용 차량을 살 자격을 준다.

업계에서는 EV9의 판매 부진이 이 같은 파격 할인의 주 원인이라고 본다. 임직원을 상대로 사실상 EV9 재고 소진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EV9은 출시 초기 뒷좌석 창문 떨림 논란과 더불어 동력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며 초기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최고 1억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과 전기차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는 점도 EV9 이미지에 부정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EV9은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2989대에 그치고 있다. 사전 계약 건수가 1만건을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다.

특히 기아가 EV9에 임직원 파격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다른 현대차 모델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의 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는 현재 4000만~5000만원 초반대로 EV9 임직원 할인가와 비슷한 수준에 팔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 값 주고 산 소비자만 호구"라거나 "2년 뒤 중고차 가격도 대폭 급락해 피해를 볼 수 있다" 같은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EV9 임직원 할인 판매는 상품 우수성 홍보와 전동화 전환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임직원 할인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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