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장기화에…김기현 병문안 갈까

기사등록 2023/09/19 14:13:44 최종수정 2023/09/19 16:46:05

'방탄 단식' 비판했지만 원내 협상·여론 부담

체포안 표결 앞둬…타이밍 놓쳤다는 분석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8.18.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9일째 이어지면서 여당 내에선 이 대표 병문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단식장에 방문한 적 없는 김기현 대표가 병문안으로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방문이 이 대표 단식투쟁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많다. 특히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김 대표가 직접 병문안 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전날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의 병문안 여부를 논의했다. 지도부 내에서는 명분없는 단식에 동조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당초 김 대표는 이 대표가 국회 경내에서 단식을 시작한 시점부터 '방탄 단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 목적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있다고 봤다. 단식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당대표가 직접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 민주당이 내각 총사퇴 요구에 더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추진까지 의결하면서 여야 대립은 극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문안이 성사될 경우, 당 지도부는 김 대표가 민주당 요구에 동의한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야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병문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대표가 야당 대표를 만나 경색된 정국을 일부 해소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이 김 대표에게 전달됐고, 김 대표 역시 여론적인 부담을 고려해 이 대표의 건강 상황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내 관계자는 "단식장에 가는 것과 병문안은 다르다"며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갔으면 좋겠다"면서 "그렇다하더라도 카운터파트는 당대표이니까 최종 결정은 당대표님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치적 '타이밍'을 놓쳐 병문안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높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0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21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가려면 미리 갔어야 하고 지금은 답이 없다"며 "이 시점에서 간다는 게 당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체포동의안까지 올라와서 (민주당이) 부결 처리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대표가) 애당초 사법리스크 회피하려고 하는 문제가 워낙 크다 생각해서 안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용산의 기류는 당 지도부에 더욱 부담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스타일은 (단식을) 내버려두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통령이 있는 당이다. 그런 기조 하에 여당 대표가 그럴(찾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이 대신 김 대표의 뜻을 전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전날 김 대표의 병문안 계획에 대해 "정치 복원 측면에서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가 방문하시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신 보낼 수 있지 않나는 뉘앙스"라며 "그렇게 해서 건강 잘 챙기라는 메시지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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